李 대권행보 ‘재점화’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2-11-06 00:00
입력 2002-11-06 00:00
‘망자(亡者)는 유족에게 좋은 것을 남긴다.’는 인식이 사회적 통념인 듯하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더욱 그렇다.이 후보는 5일 부친상에 대한 답례인사차 전직 대통령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은 ‘위로담’을 들었다.

먼저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이번에 아버님이 가시면서 큰 일을 하신것 같다.”고 운을 뗐다.이에 이 후보가 “큰 일은 하지 않으시더라도 가시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라고 하자,김 추기경은 “그랬으면 더 좋겠지만,가시면서 사람들을 당신께로 많이 모이도록 하셨다.”고 말했다.‘당신’이라는 표현은 여기서 ‘3인칭 높임말’로 쓰여 고(故) 이홍규(李弘圭)옹을 지칭한 것이긴 하지만,결국 ‘고인에게 모인 사람이 이 후보에게 모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없지 않았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한 술 더 떴다.“돌아가신 분께는 서운한 말씀인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돌아가신 게 이회창 후보에게나 나라에 좋은 일을 갖게 하기 위한 것…,흔히들 그렇게 얘기하지 않느냐.”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은 “(이 옹께서) 두 달만 더 계셨으면 좋은 일을 보셨을 텐데 아쉽다.”면서 “큰 일이 있기 전 어려운 일이 많은데 어려움을 싹 가져가신 것 같다.좋은 세상이 오면 모든 일을 용서해 동서·계층을 화합시켜 달라.”고 당부했다.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 “사람이 한 번은 가야 하지만 자식으로서는 아쉽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두 사람은 15분가량 독대했으나 양쪽 모두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조문 정치’라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권철현(權哲賢) 비서실장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위로차 던진 말들임을 감안하더라도,이 후보는 부친상을 통해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해 보인다.향후 이 후보의 행보에 어느 정도 ‘+α’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
2002-11-06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