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해피투게더’/ 스타들의 선정적 답변 유도 ‘눈살’
수정 2002-11-04 00:00
입력 2002-11-04 00:00
개그맨 겸 가수 박명수가 지난달 31일 KBS2 ‘해피투게더’(오후11시)의 토크 코너인 ‘책가방 토크’에서 한 실언이다.
그는 절대 남자는 여자를 때리면 안된다고 전제,“과거 데뷔시절 만나던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 추궁하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면서 “달아나길래 200m쯤 달려가 막 때렸는데,한 번 때리기가 어렵지…(손이)막 올라가데…”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출연자인 영화배우 이범수도 이에 질세라 자신이 과거에 여자를 때린 일화를 공개했다.
출연자들은 하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면서 진행자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소잡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이 이처럼 실언을 쏟는 배경에는 유도 질문이란 함정이 깔려있기 때문.당시 이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연예인이 된 뒤 이성을 때리거나 맞아본 적이 있느냐.”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먼저 ‘있다.’ 또는 ‘없다.’는 식으로만 답하도록 해 출연자들은 익명성을 보장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이어지는 질문에서는 때렸다는 사람을 추려낸 뒤, 당사자로 하여금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도록 한다.
질문은 “야한 책을 몰래 본 적이 있느냐.”는 등 떳떳하게 공개하기 어려운 지극히 사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출연자들은 이처럼 분위기에 휘말려 낯 뜨거운 소재도 웃음거리 삼아 예사로 이야기하는 등 ‘한심한’ 행태를 보이게 된다.
지난 9월 탤런트 이의정은 이 코너에서 “연예계에 데뷔한 뒤 ‘높으신 분’ 접대를 위한 자리에 간 적이 있다.”고 말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당시 이의정에게 던져진 질문은 연예계 데뷔 후 은밀한 유혹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불온한’ 내용의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프로그램 방송전 일부 연예전문지를 통해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이를 수습하기 위해 담당 PD가 진화에 나섰다.이 내용은 끝내 방송을 타지 못했다.
제작진은 ‘스타들의 솔직 담백한 토크를 지향한다.’고 이 프로그램의 의의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 흥미 위주의 저질 프로그램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닌가 자성해볼 일이다.
주현진기자 jhj@
2002-11-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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