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얼굴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2-10-24 00:00
입력 2002-10-24 00:00
얼굴은 사람들이 가장 처음 마주치는 신체 부위다.찡그린 얼굴,화난 얼굴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심지어 제사상에 오르는 돼지머리도 웃는 게 시장에서 더 잘 팔린다고 하지 않는가.

얼굴은 그 사람의 생활,생각과 인생이 함축돼 있다고 한다.링컨은 이런 까닭에 “40세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한 여류작가도 “인간의 얼굴은 그가 갖고 있는 덕의 일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지혜는 사실 우리 선조들도 일찍이 간파했다.얼굴이라는 단어는 ‘얼+꼴’이 어원이다.얼의 모습이 얼굴이 된 것이다.

몇년 전 서점에서 ‘후흑학’이란 책이 제법 잘 팔렸던 적이 있다.출세하려면 얼굴가죽을 두껍게 하라는 내용이었다.이른바 출세와 두꺼운 얼굴.참으로 절묘한 연결이다.

역시 가을은 사색의 계절인가.한해가 기울어가는 시점을 맞아 이제부터라도 넉넉한 얼굴을 가꿔보자고 다짐해본다.

박재범 논설위원
2002-10-24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