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에세이] 모두가 주인되는 시대
기자
수정 2002-10-19 00:00
입력 2002-10-19 00:00
취임한지 100일이 지났다.그 전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취임 후 100일 동안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새삼스럽게 경기도의 가치를 깨닫는다.경기도의 중요성은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경제의 중심이다.인천공항·김포공항·평택항이란 관문이 있고,세계적인 전자·반도체 산업체가 있다.통신·정보기술(IT) 인프라가 정비돼 있어 지식기반산업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며,낮은 물류비로 거대소비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인구 또한 1000만명에 육박해 내년 말이면 서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만큼 풍부한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가졌다는 뜻이다.
반면 경기도는 가슴 아픈 분단의 현장으로서 통일의 전진기지이자 안보의 보루이기도 하다.모든 갈등 요소가 한곳에 모여 있는 갈등의 중심이라고 할수 있다.경기도에는 광역시에 버금가는 대도시가 있는가 하면 중소도시와 농촌,어촌,산촌 등이 혼재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각종 규제와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질시를 함께 받는 이중적 질곡에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의 행정수요는 무척 넓고,요구받는 서비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다.공무원들의 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다.규제 위주의 중앙정부 정책과 수도권에 대한 특혜라는 다른 지자체들의 오해 속에서 경기도 공무원들은 자기소신과 열정 없이는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는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길지 않은 기간 동안에 이만큼이라도 틀이 잡힌 것은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앞선 의식과 공무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기도 행정은 “1000만 도민이 도지사와 공직자들의 주인이고,모든 공직자들이 도지사의 주인”이란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수행될 것이다.그것만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학교이며,민주주의 성공의 보증서라는 말도 있듯이 산업화 과정에서 유보돼 왔던 민주주의의 여러 가치를 우리는 지방자치제 속에서 살려내고,경제발전도 함께 이루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주민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쾌적한 삶의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고,정부는 그것을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그리하여 수처작주에 이은 입처개진(立處皆眞)을 이룬다면 우리 경기도는 그야말로 “서 있는 곳 모두가 참된 곳”이 될 것이고,그 희망은 나를 즐겁게 한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
2002-10-19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