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Asian Game’ 뜻은 ‘아시아 사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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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17 00:00
입력 2002-10-17 00:00
그런데 우리 신문·방송은 영어를 필요 이상 너무 섞어 써서 딱한 데다가,툭하면 틀린 영어,영어 아닌 영어를 날조하여 자꾸 보급한다.그것은 국어순화에 역행할 뿐 아니라,영어학습에 방해되고,남북 언어 이질화를 촉진하여 통일에 걸림돌을 놓는 일인데,그런 일을 왜 신문 방송이 앞장서서 하는지 모르겠다.전에 프랑스 사람 여동찬 신부는 한국 언론기관이 ‘국어 오염화 기관’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영문법을 공부할 때 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셀 명사’(countable noun)와 ‘안셀 명사’(uncountable noun)를 구별하는 것이다.셀 명사 앞에는 a/an같은 부정관사를 붙일 수 있지만,안셀 명사 앞에는 그것을 붙이지 못하며,물론 그 복수형도 없다.그래서 어원이 같은 말이라도 안셀 명사로 쓰일 때와 셀 명사 복수형으로 쓰일 때 그 사이에 의미상 큰 차이가 생기는 수가 있다.가령 air(공기)와 airs(꾸민 태도),blue(파란 색)와 blues(슬픈 재즈 곡조)도 그런 예다.또 game을 세지 않는 명사로 쓰면 사냥(hunting) 대상이 되는 ‘짐승들’을 가리키는 말이며,그것을 세는 명사 복수형(games)으로 써야만 올림픽·아시아 ‘경기’를 나타낼 수 있다.
부산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아 경기대회 때 우리나라 신문·방송은 대부분 또 엉터리 영어 하나를 앞다투어 써댔다.‘아시아 경기대회’라는 제 나라 공식명칭을 집어치우고,굳이 영어를 더 섞으려고 ‘아시안 게임’(Asian Game)이라 하니 그것은 곧 ‘아시아 사냥감’ 즉 ‘꿩·토끼·노루·곰·코끼리… 같은 짐승’밖에 더 되는가.신문·방송은 공연한 엉터리 영어로 앞으로‘아시아 경기’를 더 이상 우습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유만근 성균관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2002-10-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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