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요즘 서울대생
기자
수정 2002-10-15 00:00
입력 2002-10-15 00:00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은 서울대생들의 이같은 성향에 대해 “물 안에 뛰어 들어 함께 헤엄칠 생각은 하지 않고 해설만 하려 든다.”고 꼬집는다.
그럼에도 오늘도 전국의 대입 수험생 67만여명과 학부모들은 서울 여의도의 1.4배 크기인 거대한 캠퍼스에 진입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과외비를 쏟아 부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이 때문에 대학 입시는 학벌사회라는 거대한 피라미드의 최상단부에 자리잡은 서울대에 기어오르려는 ‘개미들의 행진’으로 비유되기도 한다.매년 200명 남짓한 수험 준비생들이 피라미드에 오르기도 전에,혹은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사한다.
서울대생의 31%가 “외국 대학을 선택하는 편이 나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학부과정 28.8%,석사과정 39.3%,박사과정 41.3%로 학력이 높을수록 서울대 진학을 후회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그동안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제기된 ‘서울대 위기론’을 확인시켜주는 조사 결과라 하겠다.
서울대생이 서울대 진학에 후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어떤 학자들은 미국의 중하위 주립대 수준에 불과한 서울대의 연구 및 교육 실상을 원인으로 진단한다.세계적인 대학들에 비해 5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는 교수 1인당 논문 발표 건수와 인용도 등이 근거자료로 제시된다.서울대 출신 선후배들로 이뤄진 ‘근친교배’식의 교수사회,100% 정년을 보장하는 퇴출 철벽이 치열한 연구풍토를 좀먹는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반면 서울대 교수들은 열악한 재정과 연구 환경,낮은 보수 등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서울대생들이 서울대 진학에 후회하고,학업보다는 고시에 몰두하는 것은 서울대생과 서울대 교수 모두의 책임이다.우리 사회가 ‘젊은’ 정운찬 신임 총장에게 기대의눈길을 보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2002-10-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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