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모범 지자체를 가다] 제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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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11 00:00
입력 2002-10-11 00:00
제주시 중심을 흐르는 산지천은 예부터 ‘가락쿳물’ ‘산짓물’ ‘금산물’ ‘지장깍물’ 등 용천수가 솟아 서민들이 식수와 빨래,목욕물로 이용하던 애환과 향수가 어린 곳이다.이 곳에서 고기 낚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여 영주십경(瀛州十景·영주는 제주의 옛이름) 중의 ‘산포조어(山浦釣魚)’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60∼70년대 동문교(東門橋)를 중심으로 660m 구간이 복개되고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이 하천은 오·폐수가 배출되고 물흐름까지 막혀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하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90년대 들어 건물 노후에 따른 안전문제까지 대두되자 시는 전문기관에 진단을 의뢰,내구수명 상실로 붕괴 우려가 높다는 의견을 받았다.이에 따라 95년 8월 전국 최초로 이곳 지상건물을 재난관리법에 의한 경계구역으로 설정하는 등 철거방침을 굳혔다.
그러나 철거시기와 보상비가 문제였다.일부 주민들은 이 문제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시가 이겼다.
시는 96년 3월부터 건물 14동과 건물주 158명,세입자 239명에 대한 보상을 시작,98년 6월 퇴거와 철거를 완료했다.민선 2기 들어 복원방향에 대한 전문가와 주민의견을 공모,도심 속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복원하자는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2000년 6월부터 동문교에서 바다쪽에 이르는 길이 474m,폭 36m의산지천 복원사업을 추진한 끝에 지난 7월10일 뜻깊은 준공식을 가졌다.
보상·철거비 176억원,복원예산 189억원 등 총 365억원이라는,시 재정으로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 사업이었다.
시는 이곳에 연중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천 바닥에 자갈을 깔고 수중 둑을 설치,하천상류에서 솟는 용천수와 바닷물이 원활히 교차하도록 했다.하천 주변에는 녹나무와 꽝꽝나무 등 교·관목 64종 1300여그루와 털머위 등 화초류 4만여그루를 심었다.3∼5m 높이의 제방은 제주 자연석으로 꾸미고 경사면에는 인동초와 송악덩굴 등이 자라도록 하는 등 자연미를 한껏 살렸다.하천 서쪽으로는 너비 4m의 보행자 전용도로와 음악분수를 만들고 아치형 돌다리와 나무다리,빨래터,선착장을 갖추는 등 산지천 일대 7323㎡를 시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썩은 하천이던 산지천은 이제 은어·숭어 등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텃새들이 기웃거리며 각종 수중생물들이 자라는 자연공원으로 변해 30여년만에 시민 곁으로 되돌아왔다.
개혁박람회 심사위원인 김명범 제주경실련 사무국장은 “산지천 사례는 복개하천을 원상으로 복원한 전국 최초의 사례”라면서 “특히 지역 현안을 자치단체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 점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김태환 시장 - “새로운 관광벨트로 육성”
“제주시의 도심 젖줄인 산지천이 30여년만에 환경친화적인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다시 돌아온 것은 환경을 사랑하는 제주시민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협조가 크게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김태환(金泰煥) 제주시장은 ‘산지천 생태 복원사업’이 제2회 지방자치단체 개혁박람회 우수사례로 선정된 데 대해매우 뿌듯해하며 그 공을 시민들에게 돌렸다.
김 시장은 “서울 청계천 복원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최근 관련기관과 학회 등에서 산지천 사례를 배우려는 견학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는 복개하천 복원 문제를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진단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해 추진,완료한 성공적인 자치 모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주민들간 이해관계와 의견 상충으로 복개건물을 철거하고 보상비를 지급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회고하고 “한번 파괴된 자연을 원상으로 되돌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산지천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배웠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앞으로 산지천 공원을 주변의 탑동광장,제주목관아지,사라봉공원,서부두,동문재래시장 등과 연계해 새로운 도심 관광벨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2002-10-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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