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현대車의 정경분리선언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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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23 00:00
입력 2002-09-23 00:00
정치문제에 관해 입지가 매우 좁을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인의 어려운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1992년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대선출마 당시 현대자동차는 선거참여로 인해 혹심한 결과를 경험한 바가 있다.그런 현대차이기에 자칫 정치적인 문제에 잘못 끼어들었다가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이나 해외 신뢰도 하락 등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이는 세계 톱 5의 자동차 메이커를 지향하는 현대차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번 현대차의 정경분리 선언은 의도의 순수성이나 추진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또 우리 사회는 아직 정경유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매우 강하다.정경유착이 과거 고속성장 과정에서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가능케 했지만 그 폐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동안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세간의 부정적 눈초리는 사라졌다고 할 수 없다.
현대차의 이번 선언에는 이런 사회적 배경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할 수있다.그래서 이번 선언에서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비롯된 ‘다급한 숨결’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번 현대차의 정경분리 선언은 매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지금까지 개별기업이 선거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정치와 단절을 선언한 전례는 없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현대차의 정경분리 선언을 일단 신뢰하고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이의 실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현대차가 선언한 바대로 이행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정경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황 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실장
2002-09-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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