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편집자문위원 간담 / “관행에 젖어 특징없는 기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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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04 00:00
입력 2002-09-04 00:00
대한매일은 지난달 27일 최홍운(崔弘運) 대한매일 편집국장 주재로 편집자문위원단 모임을 갖고 최근의 지면평가와 함께 민영화 이후의 편집제작 방향을 논의했다.홍의(洪義·언론지키기 천주교모임 대표) 차영구(車榮九·국방부정책실장) 김정탁(金正鐸·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 허행량(許倖亮·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심재웅(沈載雄·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 수석부장) 최재훈(崔宰熏·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상임간사) 편집자문위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최홍운 국장-아시는 바와 같이 대한매일은 올해 최대 주주가 정부에서 우리사주조합으로 바뀌어 민영화 원년을 맞았습니다.사장을 공모하고 편집국장 직선제를 도입,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에 진력하고 있습니다.사원 모두가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신문제작과 관련해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김정탁 교수-방송위원회의 예를 들겠습니다.공정방송을 위해 제기능을 하면 편파시비가 없을 텐데,다루기 쉬운 사람을 앉히다보니 제기능을 못하고 편파시비가 일고 있습니다.저는 언론의 구조개편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기자들이 변화에 빨리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한매일이 소유구조 개편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냈지만 이것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대한매일을 왜 보는가,포인트가 있어야 합니다.“나는 이래서 대한매일을 보겠다.”는 게 있어야 합니다.이것이 소유구조개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홍의 대표-대한매일이 달라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지면을 통해 느낍니다.이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4·5면을 확트는 편집은 눈길을 끕니다.작지만 강한 신문 ‘강소지’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최근 한·중수교 특집도 한 예입니다.그러나 시의적인 것만 다룰 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다뤘으면 합니다.예컨대 장애인 문제같은 것입니다.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지 심층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영구 실장-요즘 대한매일 지면에서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면 구성과 내용의 충실도에서 옛날의 대한매일이 아닙니다.계속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단,대한매일만의 컬러가 있어야 합니다.프랑스에 있을 때 르몽드를 즐겨읽었는데 르몽드는 중립입니다.책 몇권 읽는것 같습니다.인위적으로 색깔을 내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국가나 사회가 지향해야 할 잣대를 세워놓고 잘잘못을 가리면 자연스럽게 색깔이 나올 것입니다.그러나 일간지건 주간지건 많은 매체들이 인기영합주의에 빠져있습니다.새로운 것이라면 말이 안되는 것도 써댑니다.판매대에서 신문 하나 더 팔리는 게 목적입니까? 신문들이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허일병 사망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한쪽의 얘기만 크게 보도하고 정작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없습니다.미 2사단 여중생 사망사고도 그렇습니다.여중생이 사망한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그러나 여중생을 깔아죽였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반미적으로 쓰는 것과 진실을 쓰는 것은 다릅니다.예컨대 미 2사단 정훈참모가 ‘no fault’라고 했는데 이는 의도적 범죄사실이 없다는 뜻입니다.그런데 ‘잘못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와전됐습니다.미군이후속처리에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며,문제입니다.그러나 미국은 수사단계에서는 무죄추정으로 시작합니다.따라서 범죄를 의도하는 표현을 할수가 없습니다.이런 법문화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한쪽의 얘기만 여과없이 보도하면 곤란합니다.

◆허행량 교수-최근 아파트값 폭등과 관련한 세무조사 보도도 문제가 있습니다.세무조사는 한마디로 폭력입니다.26채를 산 사람이 있더라 등등으로 언론이 쓰면 독자들은 시원하다고 합니다.그러나 아파트 투자를 투기꾼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정책적으로 안 풀렸을 때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세무조사입니다.대부분 언론이 세무조사를 당연시합니다.공무원들에게 놀아나는 보도입니다.이 과정에서 언론도 폭력을 휘두르는 것입니다.

◆김정탁 교수-진실을 전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독자들이 원하는 뉴스와 편집국이 추구하는 뉴스가 다른 게 현실입니다.

◆심재웅 부장-대한매일이 많이 변했습니다만,아쉽다면 정책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입니다.개인적으로는 대한매일의 문화면 편집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기존의 편집스타일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모습도 좋습니다.

◆홍의 대표-최근에 ‘떼돈을 벌었다.’는 내용의 작은 박스기사를 하나 다른 신문에서 봤습니다.시골에는 의약분업이 적용되지 않아 대형 약국들이 의약분업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대거 생긴다는 것입니다.그곳에서는 의사처방없이 항생제를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그러나 이는 문제가 있습니다.다른 신문이 손바닥만하게 보도했지만 깊이있게 다뤄볼 만한 소재라고 봅니다.

◆심재웅 부장-대한매일이 일전에 북한대표들을 모아놓고 좌담회를 가진 것은 매우 신선했습니다.“물가가 현실에 맞지 않아 조정했다.”거나 “성과급을 주었다.”는 것 등이 김정일 지시가 아니라 아래에서 한 것이라는 얘기등은 놀랄 만한 내용이었습니다.대선관련 여론조사보도도 새로운 시도로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최재훈 간사-대한매일은 사주가 없습니다.사주나 정권으로부터의 압력이 없어져 환골탈태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아직도 기자들이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그저그런 기사들이 많습니다.NGO 입장에서 대한매일은 조선·중앙·동아일보처럼 싸우고 싶은 언론이 아닙니다.챙겨서 보고싶은 신문도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대한매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시민단체에 오는 기자들을 보면 보도자료에 의존하거나 그냥 받아쓰는경우가 많습니다.그저그런 밋밋한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지요.그러다 보니 특징없는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김정탁 교수-국제면을 과감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해설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기획기사로 경제쪽에 중점을 둔다든지….고급독자들은 그것을 찾고 있는데 쓸데없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최재훈 간사-해외에 특파원을 많이 파견할 여력이 안 돼서인서 모르겠지만 조합해서 쓰는 기사가 많습니다.워싱턴포스트 등의 기사를 조합해 써가지고는 호소력이 떨어집니다.독자들은 이런 기사를 보느니 차라리 인터넷사이트로 갑니다.

◆김정탁 교수-중국문제 전문 대기자,미국문제 전문 대기자 등 대기자제도를 도입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해설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심재웅 부장-자문위원이나 통신원을 적극 활용하면 지면내용이 좋아질 것입니다.필자도 너무 국내필자만 집착해서는 곤란합니다.폴 크루그먼 등 미국경제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유명한 외국인 필자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2002-09-04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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