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땜질식 水害대책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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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04 00:00
입력 2002-09-04 00:00
이후 타자기의 성능이 개선되고 컴퓨터가 개발되고,합리적인 자판이 개발되었지만 아직까지 이 배열은 표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보다 비합리적이지만 익숙하고 간편한 것이 일반인에게는 상술로도 통하는 경제적인 개념을 이론화하여 ‘QWERTY 이론’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례로는 80년대초 애플컴퓨터나 BETA 방식의 비디오가 IBM 컴퓨터와 VHS 방식에 비해 기술적·기능적 측면에서는 훨씬 우수하였으나,IBM 컴퓨터와 VHS 방식의 비디오가 저가로 대량 보급됨에 따라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현재에는 컴퓨터 업계와 비디오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 사례 등을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강우의 3분의2가 여름철에 집중되고 매년 3∼4차례의 태풍이 내습하며, 70% 이상이 산악지역이라는 점 등 기상학적,지형학적으로 풍수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1998년 지리산,1999년 경기북부 집중 호우,2000년 프라피룬·사오마이태풍,2001년 서울 신림동 지역 침수 등 거의 해마다 큰 풍수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도 입증된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 8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적으로 지속된 집중호우와 8월31일부터 9월1일에 걸쳐 우리나라를 관통한 제15호 태풍 루사에 동반된 집중호우는 사상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강우를 기록해 경남지방과 영동지방에 큰 피해를 발생시킨 바 있다.
이렇듯 최근 전국적으로 풍수해로 인한 피해가 크게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혹자는 이러한 피해의 원인을 천재가 아닌 인재라고도 하고,혹자는 이상기상에 의해 1000년에 한번 올 정도의 이례적인 천재로 불가항력적인 피해가 발생하였다고도 주장한다.
천재든 인재든 이와 같은 대규모 풍수해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우리나라 전역에는 1∼2주일동안현장의 참혹한 상황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큰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문제를 삼기도 하고,항구적인 대책과 막대한 예산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피해가 극심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국가의 무상지원 범위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특별재해지역을 선포,지원 범위를 더욱 늘리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가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례는 너무나 보편화되어 있는 사실이며,재해대책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QWERTY 이론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발생 후의 해결모색이라는 재해대책에서의 QWERTY 자판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해대책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후 복구보다는 사전예방이다.그러나 피해예방을 위한 개선대책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예산 등의 문제로 제대로 실천되지 못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정된 지역에서 한시적이고 정치적인 논리를 내세우기보다는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논리에 의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시행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해대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할 시점이다.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고 원인규명도 없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전문가는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그러한 아쉬움은 20세기의 구태의연한 유물로 남겨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재현 국립방재연구소 연구1팀장
2002-09-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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