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이 남긴 말말말/ ‘못생겨서 죄송‘ 인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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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8-28 00:00
입력 2002-08-28 00:00
그를 ‘국민 스타’로 등극시킨 최고의 유행어는 뭐니뭐니 해도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1980년 TBC 코미디 프로그램 ‘토요일이다 전원 출발’에서 콩트 속 대사가 크게 히트하면서 그의 주가는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95년 작고한 김경태 PD가 연출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주일 유행어의 산실이었다.엑스트라 의사로 출연했다가 실수로 자신의 눈을 까뒤집으며 얼떨결에 던진 대사,‘운명하셨습니다.’도 공전의 히트를 쳤다.엉덩이를 뒤로 뺀 채 오리걸음으로 상체를 살짝살짝 흔드는 일명 ‘수지큐 춤’,지금까지도 애용되는 유행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도 그 무렵 선보인 것들이다.
그가 텔레비전 CF를 통해 탄생시킨 유행어는 이뿐만이 아니다.‘일단 한번…’시리즈도 한 나이트 클럽 CF에서 선보인 ‘일단 한번 와보시라니깐요.’에서 나왔다.턱을 앞으로 디밀었다 끌어당기며 말꼬리를흐리는 특유의 제스처를 섞은 ‘일단 한번…’시리즈는 1980년대 초 내내 방송 유머계를 장악했다.
이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TV 앞에 불러 앉히는 인기 대사를 끊임없이 선보였다.‘뭔가 말 되네요.’‘콩나물 팍팍 무쳤냐?’를 비롯해 ‘저질 코미디’시비로 방송출연 정지를 당한 뒤 내놓은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등이 그것들.
안방극장을 벗어나서도 그의 뒤엔 굵직한 유행어가 따라다녔다.“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코미디에 불과하다.”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1996년 정계를 떠나면서 던진 일갈은 한국 정치판의 모순을 꼬집는 국민적 유행어로 인기를 누렸다.그는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등의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제목 자체를 유행어로 둔갑시키기도 했다.끊임없이 유행어를 만들어내자 지난 87년에는 그 인기비결을 탐구한 책(삐딱한 광대)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다.
이주일식 유행어의 공통점은 모두 경어체라는 점.후배 코미디언 이봉원씨는 “관객 앞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이른바 ‘공개 코미디’의 초석을 다지며 겸손한 코미디 철학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고 그를 회고했다.
“사람들이 요즘 자주 찾아오는 걸 보니 미리 조의금이라도 거둬야겠어.”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유머철학은 병상에 누워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됐다.
황수정기자 sjh@
2002-08-2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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