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노벨상 수상과 창조성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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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8-24 00:00
입력 2002-08-24 00:00
노벨상 100주년 기념 전시물은 2개가 복사됐는데,그 하나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박물관에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상설 전시되고 있으며,다른 하나는 노르웨이·일본·한국·미국·영국 등 전 세계에 순회 전시를 하도록 돼있다.
지금까지 이 전시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르웨이 민속박물관,일본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 있는 국립과학박물관 등에서 전시된 바 있다.이 세기적인 전시물이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전시되고 있다.22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로댕 갤러리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시되고 있는 전시물과 동일한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노벨박물관의 국내 전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우선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박물관을 방문할 때 우리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시 내용 가운데 한국어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옥중에서 입던 옷과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전시돼 있어 더욱 우리의 주목을 끈다.정권 말기에다가 대통령 선거 국면인 이 시기에 이런 내용이 담긴 전시회를 서울에서 연다는 것에 대해 의혹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노벨 전시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과학상이 어떤 환경 속에서 배출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좋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노벨상은 다른 어떤 상보다도 독창적인 업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창조성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노벨상 수상자들이 보여주는 개인적인 창조성은 대개의 경우 연구팀이나 학파 같은 집단적인 활동과 연구기관의 전통에 의해 지속적으로 개발된다.얼마 전 필자가 스웨덴의 과학아카데미를 방문해 만난 노벨물리학상 위원회의 간사인 안더스 바라니 교수도 노벨상 선정에서 개인의 창조성과 함께 집단의 연구 전통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들 사이에는 강한 스승-제자의 연관 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사회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노벨상 수상자들은 거의 절반 이상이 서로 스승-제자 관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노벨상은 또한 아주 집중도가 높은 상으로 정평이 나 있다.실제로 미국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상위 10개 기관이 전체 노벨상의 80%를 독식하고 있다.노벨상이 이처럼 집중도가 높은 상이기 때문에 최초 1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해마다 9월이면 노벨상 위원회는 세계에서 100개의 연구교육기관을 선정해 다음해 노벨상 후보에 대한 추천서를 보내고 있다.그동안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100위 안에 드는 기업체는 나오고 있으나,세계 100위 안에 들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연구교육기관은 아직 없는 상태다.노벨과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 100대 연구교육기관내에 명실상부하게 포함될 수 있는 다수의 연구교육기관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 월드컵에서 우리에게는 1승이 그토록 어려운 고지였다.하지만 지난 월드컵에서 1승을 하자 우리는 내친 김에 4강의 신화를 창조했다.마찬가지로 노벨과학상도 1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기가 힘이 들며,1명의 수상자가 나오게 되면 창조성의 계승을 통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계속 배출될 수 있다.모처럼 우리나라에서 선보이고 있는 노벨상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과학상을 배출할 수 있는 문화적 풍토가 조성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경순/ 포항공대교수 과학사
2002-08-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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