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법 토론회/ “삶의 소수자 배려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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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8-22 00:00
입력 2002-08-22 00:00
왼손잡이의 편의증진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련 토론회가 국회 인권정책연구회(회장 이미경 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렸다. 대한매일이 후원했다.

*법률의 필요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은 “왼손잡이는 장애인이 아닌데도 소수라는 이유로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아왔다.”면서 “왼손 사용은 좌뇌와 우뇌의 적절한 발달을 가져옴으로써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 중에 왼손잡이가 많다.”며 피카소,아인슈타인,클린턴,빌게이츠 등을 예로 꼽았다.이미경 의원은 “왼손잡이법안에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도 넣으려고 한다.”면서 “왼손잡이와 더불어 삶의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나선 광주보건대 강미희(姜美姬) 교수는 “뇌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왼손잡이는 개인 의지나 후천적 습관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강 교수에 따르면 191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아동전문가들은 ‘왼손잡이는 선천적인 것’이라 선포하고 ‘왼손잡이는 열심히 반복하면 교정된다.’는 생각을 ‘헛된 망상’으로 규정했다.이때부터 왼손잡이를 고려한 지도법,생활용품,학용품 등이 보급되기 시작했다.프랑스는 1960년대 편견이 사라졌고,호주는 왼손금지법을 없앴다.그 결과 19세기말 2%였던 왼손잡이 비율이 13%가 됐다.그 이후로는 줄어들거나 늘지 않았다.결국 왼손잡이는 자연법칙처럼 일정 비율 유지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들 나라에선 왼손잡이 어린이를 자리 배치에서 고려하고 쓰기 지도도 달리 한다.캐나다는 대학 강의실에 왼손잡이용 책걸상을 10% 배치하고 있으며 가위,야구 글러브,키보드,마우스,총 등 200여종의 왼손잡이 용품이 생산,판매되고 있다. 왼손잡이 비율은 전세계 인구 10명중 1명꼴이다.우리나라는 1994년 2002명의 유치원 어린이를 조사한 결과 8.2%였고 서울시내 초등생 2582명 중에는 17.3%였다.

강 교수는 “소수인 왼손잡이의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불편과 대책= 왼손잡이들에게는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스트레스다.“오른손으로 한번 써봐.”라는 얘기가 가장 듣기 싫다.부당한 오른손 강요도 폭력이다.

왼손잡이 생활용품은 구하기 어렵고 일반용품보다 3∼4배 비싸다.실험실이나 산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사고에 노출돼 있다.강 교수는 “지하철 개찰구 5개중 1개는 왼손잡이용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공공시설의 개선을 촉구했다.

*사회문화적 접근= 주강현(朱剛玄) 한국민속문화연구소장은 “레비 스트로스 등 세계 석학들은 좌우의 문제를 인류문화의 근본 사안으로 심오하게 다뤘다.”면서 “오른손잡이란 말이 없다는 자체가 왼손잡이를 특수 부류로 보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는 것도 지독한 편견이라는 것이다.영어로도 ‘right’는 ‘올바른’,‘권리’라는 뜻이고,‘left’는 ‘그릇되다’,‘급진적’ 등을 일컫는다.주 교수는 “대량생산체제에서 왼손잡이용품은 별도의 생산라인이 필요,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으므로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웅(金元雄·한나라당) 의원은 “독립법으로 할지 임산부·노인 편익증진법의 조항으로 넣을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앞으로 교육부 정책에도 반영해 책걸상 보급예산 증액,왼손잡이 통계마련 등의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리 박정경기자 olive@
2002-08-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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