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물길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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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8-21 00:00
입력 2002-08-21 00:00
지난 주말 오대산 계곡(오대천)으로 래프팅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낯선 사람들과 고무보트를 타고 리더의 구령에 맞춰 계곡의 급류를 헤치는 기분은 참 묘했다.동심으로 돌아가는 순수함과 한 배에 탄 공동운명체라는 동질성이 동시에 느껴졌다.

소용돌이치는 급류는 스릴 만점이었다.그러다 노 젓는 게 서로 엇갈렸다.‘엇’하는 순간 보트가 뒤집혔고,모두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눈 앞에 펼쳐지는 풍광이 희미한 게 보트가 뒤집힐 때 안경이 벗겨진 모양이다.물이 맑아 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열길 물 속은 안다.’고 했는데….

돌아오면서 ‘안경으로 오대천에 제사를 지냈구나.’하는 오랜 세월 몸에밴 곰삭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가슴에 품은 생각 또한 제각각이다.속내를 알려고 들면 더 헷갈린다.하긴 열 길이 아닌 한 길 오대천 물 속도 보이지 않은 터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2-08-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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