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백범 유적, 김구선생 경교장 집무실 의사들 수면실로 탈바꿈
수정 2002-08-14 00:00
입력 2002-08-14 00:00
서울 종로구 평동에 있는 경교장은 지난 67년 삼성재단이 매입한 뒤 현재 강북삼성병원 본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수많은 환자와 방문객이 오가지만 이곳이 경교장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백범이 1949년 6월26일 안두희(安斗熙)의 총탄을 맞고 숨진 본관 2층 집무실은 의사들의 수면실로 사용되고 있다.벽에 걸린 백범의 사진 10여점만이 이곳이 역사적 장소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이 집무실에는 야간 당직에 지친 6명의 의사들이 어지럽게 놓인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찌그러진 음료수 깡통과 과자 봉지도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병원측은 “지난해 8월부터 본관 증축공사를 하면서 병원내 공간이 줄어드는 바람에 의사들의 휴게실로 사용되던 백범의 집무실을 수면실로 바꾸었다.”고 밝혔다.수면실로 사용되고 있어 역사의 현장을보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 공개조차 되지 않는다. 경교장은 이승만의 이화장(梨花莊),김규식의 삼청장(三淸莊)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 건국활동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1945년 상해임시정부 활동을 접고 귀국한 백범이 4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지난해 4월6일 서울시가 서울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건물 오른쪽 모퉁이에 백범의 집무실이었음을 알리는 조그만 표석이 서 있을 뿐 유형문화재에 걸맞은 안내판이나 시설물은 찾아볼 수 없다.
병문안을 왔다는 김모(30)씨는 “경교장인 줄 몰랐다.”면서 “표석도 건물 완공을 알리는 머릿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일부 병원 관계자는 “경교장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용산구 효창공원의 백범 묘역도 사정은 비슷하다.묘역 정문으로 이어진 좁은 길 어디에도 백범의 묘역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다.차량 20여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고,폭우로 묘역 진입로 곳곳이 파헤쳐져 있었다.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참배객의 발길도 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백범의귀국 기념일에 맞춰 결성된 ‘경교장복원 범민족 추진위원회’ 김인수(51) 집행위원장은 “헌법 전문에도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잇겠다고 명문화돼 있는데 임시정부의 마지막 주석 김구 선생의 역사적 가치는 왜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 했다.그는 특히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살았던 이화장은 지난해 서울시가 8억여원을 들여 복원했다.”면서“백범 선생이 이 전 대통령보다 역사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추진위는 올 가을 ‘비운의 역사현장 경교장’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경교장을 사들여 복원한 뒤 국가에 헌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병원측이 원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강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겨레문화답사연합 강임산(34) 사무국장은 “근·현대사를 통틀어 백범 선생만큼 존경받는 인물이 어디 있느냐.”면서 “경교장을 복원하기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혜영 황장석기자 surono@
2002-08-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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