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눈 스님들 왜 한국 떠날까?, 현직 주지 ‘불교와 문화’서 문제제기
수정 2002-07-27 00:00
입력 2002-07-27 00:00
외국인 승려들의 탈(脫)한국 현상은 한국불교의 구조적인 폐쇄성과 비합리적인 종단 운영 탓이며,외국인 스님들이 정착하기 위해선 외국인 전문 도량을 세워야 한다는 현직 주지의 글이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계종 공소사 주지 청아(靑我)스님이 ‘불교와 문화’ 여름호에 발표한 글 ‘외국인 스님들의 국내정착,문제점은 무엇인가’를 통해 지적한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불교의 폐쇄성.
청아 스님은 한국불교의 문중이,문중을 일으킨 조사들의 가르침과 수행을 받드는 수행자들의 모임에서 문중 소속 사찰의 운영권을 상속 전담하는 무리로 변질됐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문중 간의 활발한 공부,수행의 교류와 경쟁은 점차 사라지고 문중간 종권 다툼만 점차 활발해진다는 주장이다.
청아 스님은 이러한 문중 중심의 사찰 운영으로 말미암아 외국인 승려도 본인의사와는 상관없이 특정 문중·계파에 속하게 돼 다른 문중·계파로부터 폐쇄적인 취급을 받거나 스스로가 폐쇄적으로 변하는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승려들이 정착 과정에서 한국 사찰의 살림과 종단 운영의 비합리적인 측면에 회의를 느껴 떠나게 된다고 지적한다.따라서 사찰의 예산·지출이 좀 더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승려들의 공부나 수행에 더욱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고,외국인 승려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청아 스님은 외국인 승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한국 승려와 문중,계파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고 종단의 영향력에서도벗어나는 독자적인 자치운영권을 가진 외국인 전문도량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외국인 승려들이 스스로 결정권을 가진 포교당·사찰을 설립,운영한다면 한국에서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는 데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 뒤에도 사찰 창립과 수행·포교를 활발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kimus@
2002-07-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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