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조정 외면한 마늘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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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27 00:00
입력 2002-07-27 00:00
정부가 마늘문제를 또다시 정치논리로 풀었다.농림부는 국내 마늘농가에 향후 5년간 1조 8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마늘대책을 내놓았다.값이 폭락해 손해가 나면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준다는 것이 골자다.한마디로 ‘정부가 사줄 테니 마음놓고 심어라.’는 것이다.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5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마늘산업의 구조조정을 더이상 피할 길이 없다고 본다.내년부터 수입이 자유화되는 중국산 마늘값은 우리의 10분의1 수준이다.경쟁이 안된다.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마늘농가들이 단계적으로 감산을 하고 다른 작물을 심거나 전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충격을 줄이는 길이다.그런데도 농림부는 1조 8000억원의 지원자금 대부분을 가격지지와 소득보전에 투입하겠다고 한다.이는 증산정책으로 명백히 잘못된 정책이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부담을 뒤로 미루는 것이어서 그 결과는 더욱 많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구조조정 정책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쌀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정부는 지난 1993년의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국내 쌀산업 위기를 막기 위해 무려 57조원을 쏟아부었다.이때도 실제로는 감산이 필요했지만 증산정책을 택했다.그 결과 위기는 지속되고 쌀은 남아돌아 가축사료로 써야 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우리 농업이 사는 길은 구조조정을 착실히 하는 것밖에 없다.구조조정에 들어갈 재원의 조달에도 한계가 있다.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방시스템하에서 우리 농업이 살 수 있는 비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농민에게 끌려다니는 정책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하다.쌀·포도·사과·채소·양념류 문제가 터질 때마다 몇조원에서 몇십조원씩 쏟아부을 건가.
2002-07-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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