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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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18 00:00
입력 2002-07-18 00:00
중국 양쯔강 지역에서 2200년 전의 죽간(竹簡) 2만여 점이 발굴됐다고 한다.오늘 하루 세계에서 생산되는 종이를 일렬로 잇대면 지구를 한 바퀴 돌 것이다.그 종이의 무한한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각일 터인데, 인간 사고의 원천을 이루는 석가,공자,소크라테스,그리고 예수는 모두 종이 없는 시대에 살았다.

중국의 공자는 노년에 역경(易經)을 특히 애독해 책 매는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고 한다.이 구절을 보더라도 공자 시절의 책은 대나무 널빤지,즉 죽간들을 가죽이나 비단 끈으로 묶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오륙백년 뒤처럼 종이로 된 책이었다면 공자는 끈이 아니라 종이가 세 번이나 닳았다고 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공자 시대의 책도 끈보다는 ‘종이’인 대나무가 핵심이었다.공자가 정성들여 편찬한 시경은 대(竹)를 두고 ‘훌륭한 저 군자여, 잘라내고 다듬고 쪼고 갈아 자신을 닦는도다.’라고 했다.절차탁마(切磋琢磨)인데,정신 수양도 수양이지만,이렇게 해야 대나무 종이가 만들어질 것이 아닌가.

김재영 논설위원
2002-07-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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