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압력편지에 약값 못 내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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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18 00:00
입력 2002-07-18 00:00
미국의 상무장관이 지난해 7월 우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국 약가정책의 변경은 무역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압력성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이에 앞서 이 편지를 받았던 장관의 후임으로 비슷한 정책변경을 추진하던 장관은 최근 교체되면서,미국 등 다국적 제약사의 경질 로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두 전임 장관이 약값 인하를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고, 추진에 그쳤을 뿐 약값 인하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미 상무장관의 편지,다국적 제약사의 로비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약분업 이후 우리의 건강보험 재정은 나빠졌으나 다국적 제약사는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약값은 4조 5000억원,의약분업 전인 1999년에 비해 25%나 늘었다.그런데 의약분업 전 5%에 그쳤던 다국적 제약사의 약값 점유율은 지난해 20%로 뛰어 올랐고,올 연말에는 3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의약분업 후 처방이 동일효능 약 중 외국계 제약사의 고가약 및 오리지널 약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의료기관에서 약을 취급하지 못하게 한 의약분업으로 약 선정을 통해 어떤 이익도 기대할 수 없게 된 의사들이 상표가치가 높고 효능이 좋다고 여겨지는 외국계 고가약을 많이 처방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약값 인하를 시도,전전 장관은 고가약을 먹을 경우 약값의 일부를 환자가 부담하도록 해 의사의 고가약 처방에 제동을 걸려고 했으나 통상마찰을 우려하는 장관 발언과 함께 백지화됐다.전 장관은 이를 다시 추진하고 재평가제를 도입해 오리지널 약을 중심으로 보험약가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우리가 알다시피 곧 물러났다.각국의 통상관련 장관들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타국 정부에 편지를 보낼 수 있다.그러나 우리약값과 관련한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1년전 미 상무장관의 편지는 예사롭지가 않다.정부는 국민들의 이같은 의구심을 해소해야 마땅하다.
2002-07-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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