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산책] 법무부 사시운영 일단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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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15 00:00
입력 2002-07-15 00:00
올해 사법 시험은 시험 주관 부서가 행정자치부에서 법무부로 이관돼 치러졌다.처음에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지만 시험 운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법무부가 처음으로 도입한 ‘2차시험 가채점제도’는 수험생들은 물론,수험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채점위원들간 편차를 줄이고,채점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상당히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차를 준비한 수험생들도 조금은 불편하고,불안해하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 법무부에 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행자부 주관이었을 때부터 매년 지적됐던 문제들이 올해도 시정되지 않고있다.

우선 시험 시간의 문제이다.현행 시험 시간은 종래의 단순 논술형 문제가 출제되던 때부터 시행돼 왔다.그러나 최근에는 문제유형이 긴 사례문제나 논점이 많은 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물론 일정한 시간 내에 보다 정확한 답을 써내는 것이 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하지만 지금처럼 시험 문제 유형이 바뀐 상황에서 시험시간은 변화가 없다면 ‘속필(速筆)능력’이 평가의 우선순위가 되는 우를 범할수 있다고 본다.합리적인 시험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시험장소에 대해서도 늘 말이 많다.시험기간중 신림동의 새벽은 관광버스와 모범택시로 북새통을 이룬다.미리 시험장 근처에 숙소를 정하지 못한 수험생들을 고사장으로 실어나르려고 대기하는 차량들이다.

시험장소가 멀면 멀수록 수험생들은 심리적인 중압감과 경제적인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신림동 근처에는 국립대를 비롯한 시설이 좋은 사립대들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시험 주관 부서는 고려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변별력 문제일 것이다.올해 시험은 전체적으로 평이한 문제들로 예상문제 등이 많이 출제되었다고 한다.이는 합격권에 많은 수험생들이 몰리게 돼 채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소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출제경향이 계속된다면 수험생들의 실력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각종 소송에 휘말리는 것이두려워 쉬운 문제 낼것인지 아니면,수험생들의 능력을 보다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 것인지 시험 주관부서는 보다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의 요구를 하나만 더 전하고 싶다.최근 사시 2차 합격선은 평균 50점대이다.그런데도 평균 합격선 80점 중반을 유지하는 객관식시험처럼 40점 미만을 과락으로 처리하는 과락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어떤 해에는 일부 과목에서 과락자가 너무 많아 일률적으로 수험생들의 점수를 올려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과락 제도를 꼭 유지해야 한다면 40점보다 낮은 점수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조대일/ 한림법학원 기조실장
2002-07-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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