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숲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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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7-11 00:00
입력 2002-07-11 00:00
“다른 여론조사와는 수치가 좀 다르네요?”“복잡해서 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난 9일 주요 대선주자들에 대한 유권자 지지성향을 분석한 대한매일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의 몇몇 인사들이 건넨 소감이다.“신선하다.”“선거전략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등 다수를 이룬 긍정적 평가에 섞인 지적들이다.

분명 9일자로 보도된 대한매일 여론조사는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다르다.정신을 집중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대한매일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함께 실시한 이 조사는 열흘간의 면접조사를 통해 알아낸 기초자료에 더해 ‘유권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지지성향’까지 뽑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 공부하듯 하루이틀 전화로 지지후보를 물어보는 식의 여론조사와는 격과 질이 다르다.

최근 한국 언론의 여론조사는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자는 취지에서 비켜선 감이 없지 않다.시간과 비용,급변하는 정치상황과 같은 제약들이 주된 요인이다.문제는 부실한 여론조사는 왜곡된 여론을 창출(創出)한다는 데 있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일찍이 증권시장의 투기열풍을 설명하면서 ‘미인(美人)투표의 함정’을 들었다.“사람들은 자신이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후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경제학개론에 소개된 밴드 왜건(band wagon)효과는 세계 어디보다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 가장 잘 들어맞는다.지난 넉달동안 오르락내리락 널을 뛴 주요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는 우리 정치의 가변성 못지않게 ‘악단을 좇아 사람들이 모이고,사람들이 몰린 영문을 몰라 또 사람들이 몰리는’밴드 왜건 효과가 한몫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언론은 이제 더이상 밴드가 되어선 안된다.



조사하기도,분석하기도,읽고 이해하기도 조금 어렵지만 대한매일은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숲속 깊이 들어간 유권자들이 숲 전체를 볼 수 있도록,그래서 한국정치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내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진경호 정치팀 기자jade@
2002-07-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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