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피플] 이창주 ‘빈체로’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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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18 00:00
입력 2002-06-18 00:00
“여기가 2002년 6월 한국의 ‘현재’를 가장 현장감 있고 박력있게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서울 삼성동에 ‘KT플라자’를 6월 한달 동안 운영하는 문화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48) 사장이 내세우는 자부심이다.서울 여의도 등 곳곳에 등장한 월드컵플라자중 한 곳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삼성동 ‘KT플라자’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이다.지난 14일 오후 한국·포르투갈의 경기를 기다리는 ‘거리의 붉은악마’들이 가득한 ‘KT플라자’는 무엇이 달랐나.대형 스크린과 스피커·조명 외에 무엇이 더 있었나.

막사 안에 마련된 초고속망이 깔린 컴퓨터 20여대로 붉은악마들이 수시로 인터넷을 즐기고 있었다.무료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도 벌어졌다.플라자 한쪽에서는 멍석을 깔아놓고 외국인까지 참여한 제기차기 시합,화살을 병에 집어넣는 전통놀이 투호,외국인 대상의 전통 혼례의상 입어보기 등이 벌어지고 있었다.KT측이 마련한 대형모형관에서는 한국 정보기술(IT)의 수준을 보여주는 초고속망·인터넷·모바일폰 등의 발전현황을 보여주고있었다.

전통과 현대,놀이와 기술이 한자리에 버무려져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강남의 ‘문화 빠꼼이’들이 어슬렁거리며 재미를 찾고,즐기고 있었다.

이 사장은 “마침 외신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코엑스 이곳에서 강남구청의 땅과 KT의 IT기술,빈체로의 문화기획이 만나 ‘한국의 현재’가 생생하게 전세계로 전송되고 있다.”고 자랑했다.더이상 한국전쟁과 군사쿠데타,화염병으로 뒤덮인 사회 혼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닌,미래지향적인 한국 이미지를 수출하는 전진기지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어인 ‘빈체로’는 ‘나는 이길 것이다.’라는 의미.이 사장이 고급 문화,또 스포츠와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어 95년에 자본금 1억원으로 세운 회사다.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서 4년 일한 뒤 87년 유럽으로 건너가 여행사와 스포츠 마케팅사를 운영한 그는 93년 귀국한 뒤 돈보다 문화와 가까이 있고 싶었다.이번 월드컵을 맞아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우리에게 덜 익숙한 보사노바·아카펠라·재즈를 국내 관객에게 소개한 일이나,월드컵 전야제 기획에 참여한 것도 그같은 욕심 때문이었다.

월드컵 16강 진출로 온 나라가 달아오른 요즘 이 사장은 또 다른 기획에 골몰한다.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인천·수원·제주 등 전국에 퍼져 있는 축구전용구장 10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88∼9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유럽에이전트까지 맡았던 그는 90년 국가대표팀의 첫번째 외국인 감독인 크라머 영입에도 관여했다.

“축구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유럽처럼 축구전용 경기장에서 대규모 문화공연을 벌여 축구를 생활화해야 합니다.국민 관심이 줄지 않아야 2006년 월드컵에서도 16강·8강에 진출하지 않겠습니까.”

문소영기자 symum@
2002-06-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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