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거리 응원 뒤끝도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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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18 00:00
입력 2002-06-18 00:00
우리의 월드컵 8강 진출이 걸린 대 이탈리아전이 오늘 밤 열린다.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최고의 소원인 양하던 월드컵 16강의 꿈을 이미 이뤘고,상대가 이름도 빛나는 이탈리아팀이지만 온 국민은 우리 팀이 이겨 8강에 오르기를 두 손 모아 빌고 있다.

특히 집안에서 소극적인 성원을 하는 대신 문 바깥으로 나와 다중 연대의,입체적인 응원의 장을 창출한 길거리 응원단의 기대와 열광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한국 첫 경기인 대 폴란드전 때 60만명이었던 길거리 응원단은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대 포르투갈전 날에는 300만명으로 대거 불어났다.

우리 국민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은 금강석같이 강하면서 또 투명해 설사 좌절되더라도 그 순수한 본질이 유지될 것이다.그러나 승리에 대한 기대를 일방적으로 외면화·집단화하는 응원단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한 면이 있어 자칫 순수한 뜻이 크게 굴절되고 무참하게 훼손된 모습으로 끝날 수 있다.

대 포르투갈전 때 일부 응원단들이 노출한 탈법적인 응원 뒤탈 행태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당일 밤 인천 경기장과 서울 도심 몇 곳에서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극성팬들의 일탈적 행동이 이어졌다.자동차나 오토바이의 급속 역주행은 물론 지나가는 시내버스나 트럭을 거의 강제로 정차시킨 뒤 차량 위에 올라가 난폭하게 흔들어대는 광경이 여럿 목격되었다.경찰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차도 점령을 고집하는 응원단원도 적지 않았다.행인들에게 광포하게 축포를 터뜨리고 술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었고 패거리 싸움을 벌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이같은 일탈 행동을 보인 길거리 응원단원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나 감정의 일차원적인 분출이 허용되는 응원 현장이고,기대치가 높을수록 달성과 좌절의 파장이 크다.오늘 밤 길거리 응원단과 국민들은 ‘아름다운 뒤끝’을 위해 배전의 자각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02-06-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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