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투기세력 실체 있나
수정 2002-05-24 00:00
입력 2002-05-24 00:00
재정경제부 김용덕(金容德) 국제업무정책관은 23일 “환투기 세력이 있는 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혀 정부차원의색출작업이 시작됐음을 시사했다.당국은 우선 달러를 공격적으로 팔아 환율하락을 주도하는 세력을 색출해낼 방침이다.재경부 관계자는 “환투기 세력을 찾기 위해 최근 외환거래의 내용과 시장동향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말했다.
환투기 세력의 위력을 실감한 것은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였다.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투기적인 달러매수 세력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다.외환위기 이전에 800∼9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 환투기 세력까지 끼어드는 바람에 97년12월23일 1962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국제 투기세력 개입설까지 나돈데다 달러가 필요한 기업들과 법인이 서둘러 확보하려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한번 달러를 사고 팔 경우 물게되는 외환매매 수수료는 25원선.시세가 요즘처럼 단기간에 80원폭으로 변동하면 단타 매매로 차익을 겨냥한 투기세력이 준동할 여지가 커진다.
정부가 환투기 세력을 찾으려 나섰지만 아직 환투기 세력의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국제금융센터 김창록(金昌錄) 소장은 “정부가 투기세력을 언급한 것은 시장에 대한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두개입 차원으로 봐야한다.”며 “실제로 투기세력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이 떨어지면서 달러를 갖고있는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껴 손절매를 감수하면서 파는경우가 있지만 환투기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한국은행 관계자도 “환투기 세력이 들어왔다는 징후는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세력에 대항해 외환당국이 환율상승을 억제하기는 쉽지 않다.당국이 보유외화를 내다팔 경우 외환보유고가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때 당국은 유리한 입장에 있다.원화를 찍어서라도 계속풀면서 달러를 사들일 수가 있다.따라서 요즘같은 환율하락은 투기세력이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다.다만 시세가 더 떨어질까 우려해 불안해진 기업과 개인들이달러를 서둘러 매각해 환율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더 많을것이다.
박정현 김미경기자 jhpark@
2002-05-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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