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기고- 외국인 고용·연수생제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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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15 00:00
입력 2002-05-15 00:00
왜 불법취업 외국인이 이처럼 급증하는가.근본원인은 국내노동시장에서의 외국인력 수급불균형에 있다.
국내 중소기업은 외국인 고용을 인력난 해결의 불가피한선택이라 여기고 있다.또 외국인은 본국에서보다 10배 이상의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한국취업을 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단순기능 외국인력의 국내취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다만 산업연수제도와 연수취업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사실상 산업연수제도는 연수는 없고 외국인을 근로에 종사시키기 위해 도입된 편법적인 제도라는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중소기업은 산업연수생 도입 규모를 현재의 8만 5000명 수준에서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산업연수생의 도입 규모 확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단순기능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력의 합법적인 공급이 이와 같이 제한되어 있다면 불법취업 외국인이 증가하는 것은 시장원리상 당연한 일이다.따라서 불법취업 외국인 문제의 해결은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불법취업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으로 우리나라 기업은‘합법적인 근로자 신분으로 외국인력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5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특기할 점은 ‘합법적인 근로자 신분으로 외국인력 도입 확대’에 대한 찬성의견이 산업연수생을 고용하고있는 업체는 39.6%에 불과했으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업체는 64% 수준으로 나타났다.즉,산업연수생을 고용하고있지 않은 기업은 외국인을 합법적인 근로자 신분으로 도입하는 데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을 근로자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는 계속유지해 수요자인 기업이 유리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단순기능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외면한 채 산업연수생 제도만을 고집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산업연수생의 쿼터 확대만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불법취업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인지 반성해볼 일이다.
유길상 한국노동연구소 고용보험센터 소장
2002-05-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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