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MOU체결 안팎/ ‘헐값’ 논란…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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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4-23 00:00
입력 2002-04-23 00:00
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에 메모리부문을 매각하기로 조건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최종적으로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우차와 더불어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양대 불확실 요인이 윤곽을 잡았다는 점에서 이번 ‘MOU체결’은 성사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그러나 전체적으로 마이크론쪽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우선 매각대금으로 지급하는 마이크론의 주식 가격을 당초 논의되던 것보다 높게 쳐줘 ‘헐값매각’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대금으로 마이크론 주식 1억 860만주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이 때 마이크론 주가는 주당 35달러를 적용하기로 했다.현재 시가가 29.5달러에 불과해 주당 5.5달러나 더 쳐준 셈이다.시가에 가깝게적용할 경우 채권단이 받을 마이크론 주식수가 더 늘게 돼 향후 주가상승시 그만큼 예상차익이 커질 수 있었지만 주식수 고정으로 물건너갔다.

채권단은 또 15억달러를 마이크론에 장기대출하는 것에대해 마이크론 본사의보증을 요구했으나 무산됐다.따라서 공장 등 부동산담보 등을 잡고 대출해 주는 형식을 갖추게 됐다.

물론 마이크론도 일정부분 양보했다.신규 자금대출과 관련,처음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2%포인트’로 금리를 정하고 15억달러 전체에 대해 연 6%가 넘으면 더 올릴 수 없는 상한선을 요구했으나 이중 운전자금 4억달러에 대해서는 상한선 설정을 폐지했다.따라서 리보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크론은 4억달러에 대해 6% 이상의 금리를 내야 한다.고용승계와 관련해서는 메모리분야 하이닉스 인력을 85%이상 2년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물론 이같은 MOU는 이달30일까지 채권단,마이크론·하이닉스 양쪽 이사회 등 3자의 승인을 모두 얻어야 하는 조건부이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깨질 위험성도 안고 있다.하지만 매각쪽으로 기운 은행권 비율이 전체 채권지분의 85%(통과선 75%)를 차지하고,하이닉스와 마이크론측 모두 딜 성사 의지가 높아 부결될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또 MOU가 통과되더라도 본계약이 성사되려면 더 큰 산을넘어야 한.매각 자체를반대하는 하이닉스 소액주주와 노조 등의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총에서 최종승인을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대책으로 채권단은 출자전환 시기를 앞당겨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성수 김미경기자 sskim@

■MOU 보따리 무얼 담았나

미국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채권단이 합의한 조건부 MOU보따리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22일 각 채권단에 보낸 MOU 설명서는 A4용지로 30장분량이었다.

<매각대상> 경기도 이천,충북 청주,미국 유진 등 3개 메모리공장만 팔린다.나머지는 잔존법인에 남는다.

<매각대금 지불방법> 마이크론이 주당 35달러에 1억 860만주를 신주발행,38억달러를 지불한다.향후 매각대금 지불시점에 마이크론 주가가 현재(29.5달러)보다 오르내리더라도 지불주식 수는 변함없다.따라서 주가가 35달러를 밑돌면실제매각대금은 38억달러에 훨씬 못미쳐 채권단은 손해다.거꾸로 주가가 35달러를 웃돌면 상회분만큼 추가차익(1달러 상승시 1억 860만달러)을 기대할 수 있다.

<마이크론 주식처분 조건> 그렇다고 채권단이 아무 때나매각대금으로 받은 마이크론 주식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매각대금 38억달러중 10억달러어치는 주식을 받는 즉시 팔 수 있다.단,이 돈은 미국 유진공장 부채 10억달러를갚는데 반드시 써야 한다.나머지 28억달러중 50%인 14억달러는 주식양도 시점으로부터 4개월후,나머지 14억달러는 1년 후에 단계적으로 팔기로 했다.주식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주식가치가 희석(주가 하락)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신규 대출금 상환조건> 채권단은 하이닉스·마이크론 신설법인에 15억달러를 신규 지원해주기로 했다.상환조건을놓고 일시상환(마이크론)과 분할상환(채권단)이 맞섰으나결국 7년 후 일시상환한다는 마이크론측 요구가 관철됐다.채권단의 수확이라면 ‘대출 후 4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분할상환도 가능하다.’는 단서를 첨부한 것.하지만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전적으로 마이크론이 맘먹기에 달렸다.

<우발채무 보장> 매각대금중 5억달러는 에스크로계좌(용도가 정해져 있는 특별계좌)에 예치하기로 했다.우발채무 등 하자보수 용도다.지적재산권 소송에 대한 책임문제도 MOU에 담았다.

안미현기자 hyun@
2002-04-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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