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 뚝심 “”위기는 나의 힘””
수정 2002-04-09 00:00
입력 2002-04-09 00:00
마지막 순간의 위기는 17번홀(파5·463야드)에서 찾아왔다.물고 물리는 혼전 끝에 다시 3타차로 벌렸다는 안도감에 방심한 탓이었을까.
전날 300야드를 넘는 호쾌한 티샷으로 버디를 낚은 이 홀에서 박세리는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지점에 떨군 뒤 2온을 포기하고 안전하게 3온을 노렸다.그러나 실수였다.핀에 붙이려던 의도와 달리 세번째샷이 그린을 지나 러프로떨어지고 만 것.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4번째 어프로치 샷 마저 핀과는 거리가 먼 그린 에지에 가까스로 멈추고 말았다.결국 4온 2퍼트.보기였다.
상대는 ‘역전의 명수’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전반 5번홀에서 1타차로 역전에 성공한 뒤 잇단 실수와 박세리의 선전에 밀려 다시 3타차로 멀어진 소렌스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왔다.그 전략은 맞아떨어졌다.티샷을 가장 멀리 보낸 그는 그린 앞을 흐르는 해저드를 넘어 에지에 멈추는 멋진 세컨드샷을 날려 이글 기회를 맞았다.성공하면 동타.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박세리를 버리지 않았다.소렌스탐의 이글 퍼팅이 컵 20㎝ 앞에 멈춰선 것.
위기에서 벗어난 뒤 맞은 마지막 홀에선 오히려 박세리의 침착함이 돋보였다.버디에 가까운 파 세이브.
결국 박세리는 8일 캘리포니아주 타자나의 엘카발레로골프장(파72·6394야드)에서 열린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오피스디포-에이미 알콧(총상금 100만달러) 마지막 3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소렌스탐을 따돌리고 시즌 첫승을 거뒀다.지난해 10월 AFLAC챔피언스 이후 6개월만에 거둔 통산 14승째. 특히 박세리는 올시즌 이미 2승째를 거두며 독주 채비를 갖춘 소렌스탐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어 상금 및 다승왕 경쟁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할 발판을 마련했다.
올시즌 초반 소렌스탐의 독주를 예견한 전문가들도 박세리가 예년과 달리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우승을 따내자 양강구도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웹의 경우는 올시즌 2차례 ‘톱10’진입에 만족할 정도로 슬럼프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미현(KTF)은2언더파 70타로 분전,합계 1오버파 217타로 공동 12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고 한희원(휠라코리아)은 1타를 줄여 5오버파 221타로 공동 38위를 차지했다.또 박희정은 3오버파 75타를 쳐 합계 7오버파 223타로공동 50위에 그쳤다.
곽영완기자 kwyoung@
■시즌 첫승 박세리 인터뷰.
“샷을 할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소렌스탐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애니카 소렌스탐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첫승을 거둔 박세리는 LPGA 공식 인터뷰에서 “공격적으로 경기를풀기로 하고 자신만의 플레이만 한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우승 소감은.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소렌스탐이 끝까지추격했고 초반 실수를 많이 했지만 잘 극복했다.18번홀이끝났을 때 비로소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17번홀에서 안전운행을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티샷이 떨어진 위치에서 2온을 시도하기엔 부담스러웠다.83야드를 남기고 샌드웨지로 친 세번째 샷이 너무 잘 맞아그린을 넘긴 것이 잘못됐다.칩샷 실수만 아니었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골프를 하다보면 잘 칠 때도 있고 잘못 칠때도 있다.
◆퍼트가 좋지 않은 이유는. 그린이 1·2라운드 때와는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빠르기를 측정할 수 없었다.
◆14번홀 파세이브가 승부의 분수령이었나. 정말 좋은 퍼트였다.그 퍼트가 들어가자 ‘소렌스탐은 결코 우승하지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렌스탐과 최종 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겨 본 적이 있나.
지난해 소렌스탐에게 져 2∼3차례 준우승했다.아픈 추억이니 더 이상 묻지 말라.
곽영완기자
2002-04-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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