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치인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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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4-06 00:00
입력 2002-04-06 00:00
시대에 따라 팔불출의 예도 다양하다.19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세태를 풍자하는 팔불출의 예가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만 보자.1990년대 초에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여행하지 못한 사람은 팔불출로 통했다.중국·러시아와의 국교 수교 이후 너도나도 북쪽으로,북쪽으로 여행한 세태를풍자한 말이다.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는 ‘장관 한번 못하면 팔불출’이라는 얘기도 나왔다.너무 자주 장관이 바뀐 탓이다.현 정부의 장관 교체도 큰 차이는 없다.현 정부 출범 뒤에는 ‘금강산 구경 못한 사람은 팔불출’로 통하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대통령 후보나 당대표 등이 되기 위한정치인들의 경쟁이치열하다.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4명은 중도에 사퇴했지만,당초에는 7명이 출사표를 던졌다.8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민주당 당권 경선에는 15명 안팎이 뛰어들 것이라고 한다.한나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대통령 후보 경선에는 4명이 나섰고,7명을 선출하는최고위원 경선에는 15명 정도가 출마할 예정이다.너도나도 경선열차에 뛰어들고 있으니,출마하지 않으면 팔불출이라는 말도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진 후보중에는 상식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들러리로 출마하는 게 아니라면,일반 국민들은 ‘왜 달걀로 바위치기처럼무모해 보이는 경쟁에 나섰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한 원로 정치인의 평소 소신은 이런 의문에 참고가 될수 있다.“정치인은 자기가 죽었다는 부고 기사 외에는 무슨 내용이든 신문에 많이 나올수록 좋다.”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의사당 폭력사태든,간통이든 불미스러운 일로언론에 오르내린 것은 잊고 정치인 이름만 기억한다는 게원로 정치인의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물론출마하는 만큼 당선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하지만 체면이 구겨질 정도로 참패만 하지 않는다면 선거기간내내 자기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려 더욱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2002-04-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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