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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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4-04 00:00
입력 2002-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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渡水復渡水(물 건너고 또 건너서)/看花還看花(꽃 구경 또 꽃 구경)/春風江上路(봄바람 강변길 걸으니)/不覺到君家(어느덧 님의 집 앞에).

오언절구(五言絶句)의 짧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시다.

봄의 정취에 취해 물과 꽃,바람과 어울려 거닐다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앞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내용이다.대학시절 신문소설을 읽다 그 느낌이 간결하고 좋아 메모해둔 것이다.지금도 화사한 봄꽃을 보면서 한번쯤 읊조려 본다.이 시는 중국 명나라 시인 고계(高啓)의 작품인데,살랑대는 봄바람 속에서도 사람의 냄새가 배어 있어 더 좋은것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지만 올 봄의 풍광도 예전 같지 않다.도시화와 난(亂)개발의 탓도 탓이지만,사람이 비집고들어갈 공간이 작아져서다.‘목련꽃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봄날의 애틋함이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다.대신 권력 쟁취의 살벌한 게임만이 요동친다.올봄도 그렇게 속절없이 가고 있다.

양승현 정치팀장
2002-04-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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