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눈부신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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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4-01 00:00
입력 2002-04-01 00:00
하얀 페인트 칠을 한 방에 수십 개의 전등이 켜져 있다.방안으로 들어서자 오징어 낚싯배의 고광도 전등보다 더 밝은,너무나 밝은 빛 때문에 시야가 갑자기 흐려진다.눈을 감아도 밝은 빛의 잔상 때문인지 마치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느껴진다.의학적으로는 섬광 같은 밝은 빛 속에서는 눈 앞이 오히려 깜깜해지는 ‘블랙아웃’현상이 있다고 한다.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미술 ‘금단의 열매’전을 둘러보면서 ‘(선과 악)지식 나무’방에 들렀다.작가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뿐 아니라 그 어떤 지식도 자아(自我)를 버리지 않으면 이기주의에 함몰하고 만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했다.자아를 결정하는 인간 뇌의 활동중 60% 이상이 시각에 의존하고 있다.그래서 작가는‘강렬한 빛’으로 시각을 통해 쌓여만 가는 현대인의 탐욕을 공격하려 한다는 것이다.

밝은 불빛 아래서 눈앞이 흐려지는 현상은 이 세상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는 참 지식을 얻고 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이경형 논설실장
2002-04-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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