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빈곤퇴치 정상회담 “富國 지갑 쫙 열어라”
수정 2002-03-23 00:00
입력 2002-03-23 00:00
회담에 참석한 59개국 정상들은 빈곤 퇴치가 테러리즘을 뿌리뽑는 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몬테레이 합의안’을 승인했다.
<부국들 지갑 열어라> 지난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현 100억달러인 대외원조를 2004년부터 150억달러로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유럽도 뒤질세라 2006년까지 한해 70억달러씩늘리겠다고 발표,회담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유엔은 2015년까지 전세계 극빈층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려면 부국들의 연간 대외원조액이 현재보다 두배 많은 1000억달러는 돼야 한다며 실망을 표시했다.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연설을 통해 기부국들의 원조 증액 여부가 “몬테레이 정신을 가장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시험하는 것”이라며 선진국들에게 더 많은 아량을 베풀 것을 촉구했다.
회담에 앞서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등 선진 5개국 정상들은 각국 지도자들에게 유엔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유엔에 힘을 실어줬다.핀란드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제복권 발행을 검토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효율적 지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것은 원조 규모가 아니라 원조 정책의 효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미국과 세계은행,유럽연합(EU)은 빈국들에 대한무상원조를 놓고 여전히 마찰을 빚고 있다.미국은 보조금 형태로 빈국에 제공되는 무상원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라고요구하고 있으며 유엔의 대외원조 증액에도 부정적이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은 “과거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보라.당시 (세계은행이 지원국을)선별했다는 증거가 없다.
”고 주장하며 느슨한 조건의 무상원조가 오히려 빈국을 “도랑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EU는 대외원조를 전략적으로 사용해온 미국이 원조정책의 효율성을 따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전체 원조액 중 빈국에 대한 대외원조 할당 비율이 다른 선진국들은 60%에달하는데 비해 미국은 40% 수준이다.또 최근 유럽 국가들은국민총생산(GNP)의 개발원조 배정비율을 0.39%로 올리겠다고 한 반면 미국은 0.1%를 고수,‘짠돌이’라는 비난을 샀다.2000년 밀레니엄 정상회담에서 각국은 GNP의 0.7%를 개발원조로 배정할 것을 약속했었다.
<구체적 이행 불투명> 이번 ‘몬테레이 합의안’으로 전세계 빈곤·문맹·질병을 퇴치할 전기가 마련됐다는 분위기다.합의안은 부국들에게 빈국들에 대한 지원 및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무역장벽을 완화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빈국들에겐 시장을 개방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지원 방안이 분명치 않고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시기도 명시되지 않아 말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합의 내용이 충분치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으며,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국제경제시스템이 “거대한 도박장”으로 전락했다며 강대국 위주의 원조운용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상숙기자 alex@
2002-03-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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