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콤한 毒의 유혹’ 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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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20 00:00
입력 2002-03-20 00:00
회계는 기업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재무상태(자산·부채·자본)와 재무성과(순이익)를 보고하기 위해 사용하는주요 수단이다.기업의 핵심적인 이해관계자는 투자자와 채권자들이다.투자자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회사채에 투자하며,채권자는 기업에 신용을 공여하고 법적 채권을 갖는다.투자자는 투자의사 결정을 위해서,그리고 채권자는 신용공여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위해 기업가치(주가)와 채무변제능력(신용도)을 평가한다.

주가와 신용도는 기업이 미래에 얼마나 많은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이 현금창출 능력을 평가하기위한 필수적 정보가 바로 재무상태나 순이익 등을 나타내는 회계정보다.

그런데 회계정보는 투자자와 같은 외부인보다는 경영자와같은 내부자들이 더 많이 안다. 즉 기업의 내부자는 회계정보의 소유측면에서 외부인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따라서 경영자는 회계 보고때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려 하고,이러한 동기가 지나치면 회계정보를 자의적이고 불법적으로 왜곡하는 분식회계에 이른다.경영자가분식회계를 하는 동기는 회계정보가 경영자의 능력을평가하는 지표이고,또한 회계정보가 주가와 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과 조달비용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는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평가하는 정보를 왜곡하므로 투자자와 채권자가 기업가치나 신용도를 제대로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그렇게 되면 이들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어 이들 소유의 경제적 자원이 현금창출 능력이 낮은기업에 투자될 가능성이 생긴다.이런 기업에 투자된 자원은 투자수익이 낮고,또 이들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자원이낭비되어 경제에 비효율을 가져온다. 역으로 분식회계가근절되고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면 투자자와 채권자 소유의자원이 현금창출 능력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되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가져온다.

최근 분식회계를 자행한 일부 기업에 대해 금융감독원이엄중하게 징계를 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회계 투명성이 사회적으로만 유익하고 개별 기업에는 불리한가? 그렇지 않다.경영성과가 나쁜 기업은 회계정보를 왜곡하고 싶겠지만,미국의 엔론이나 우리나라 대우그룹의 경우에서처럼 분식회계는 언젠가는 밝혀진다.

그리고 기업파산,해임,형사고발,피해보상소송 등 기업과경영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또한,엔론사태이후 기업의 투명성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해 투명성의가치가 주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기업지배구조가 거미줄같이 얽혀 있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한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의심을 받아 주가가 저평가되기 십상이다.회계 투명성을 통해 기업은 제 가치를 평가받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분식회계는 경영자가 자신의 정보우월성을 이용한 도덕적해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는 제도가 외부감사제도이나 외부감사인도 종종 경영자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는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따라서 경영자와 외부감사인의도덕적 해이를 근절하는 일이 우리경제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운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회계기준위원회 위원
2002-03-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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