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새 패러다임/ 제1주제 지방선거와 정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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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07 00:00
입력 2002-03-07 00:00
민선3기 지방자치단체장 선출과 민선 4기 지방의회 구성을 위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새 패러다임 ’주제 세미나에서는 지방자치의 바람직한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다양한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졌다.

고건 서울시장이 ‘서울시 행정개혁과 지방자치’에 대해기조연설을 한데 이어 정세욱 명지대 교수가 제1주제 ‘지방선거 정당공천 이대로 좋은가’,정장식 포항시장이 제2주제 ‘자치행정 환경변화와 단체장의 리더십’,이용부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3주제 ‘지방의회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각각 발표했고 주제별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세미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제1주제 지방선거와 정당공천.

■주제발표:정세욱(명지대교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 논리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이론상 정당공천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채택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그 전제는 민주적 정당 구조이다.정당이 당원 중심이며민주적·상향적(bottom-up) 구조를 갖춘 선진국에서는 정당공천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

그러나 1인 또는 소수의 당실세 중심의 비민주적·과두적·하향적(top-down) 구조의 정당이 지배하는 한국의 지방정치에서는 정당공천제의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당공천제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중앙정당에의 예속 ▲매관매직과 부정부패 ▲지방선거의 중앙정당 대리전화 ▲고비용 선거 ▲지역주의 심화 및 견제와 균형관계의 왜곡▲단체장의 업무보다 충성도로 공천 ▲관권선거 조장 우려 등이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가짐으로써 정당을 통한 중앙집권화가 되고 지방자치가 중앙당에 예속되어 자주성을 이념으로하는 지방자치가 위기를 맞고 있다.그결과 ‘주민자치’는 퇴색하고 ‘정당을 위한 정당자치’로 변질되었다.

정당공천의 가장 심각한 폐해중의 하나가 매관매직과 부정부패이다.정당들이 단체장 후보공천의 대가로 요구하는막대한 헌금은 일부 자치단체장의 비리와 부정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00년에 자치단체장59명과 지방의원 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정당공천이 부패유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치단체장의 72.9%,지방의원의 88.2%가 ‘그렇다’는대답을 했다.

정당공천제는 지방선거를 편가르기식 지역선거로 만들어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그결과 ‘견제와 균형’관계가 왜곡되는 현상도 가져온다.

영남권에서는 한나라당,호남권에서는 민주당,충청권에서는 자민련이 공천한 후보가 석권함에 따라 지역주의가 심화되고 이 지역들의 자치단체에서는 중앙당 또는 지구당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이 약화된다.

정당공천 때문에 이러한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며 지방자치가 타락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2001년 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54.6%,행정학 교수·지방공무원 등 전문가의 77%가 시장·군수·구청장 후보 정당공천제에 반대했다.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여 중앙정치의 탐욕으로부터 지방자치를 지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이 공천제를 유지하려면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의 수를 주민수의 1%∼0.3%까지 확보해야 한다.당비를 내는 당원수가 많아야 경선에서 위원장의 영향력이 적어진다.

둘째,지구당 대의원회에서 후보를 선출하지 말고 당원 전원이 참석하는 지구당 당대회에서 투표로 공천할 후보를선출해야 한다.

셋째,민주당이 제시한 ‘국민참여 경선제’는 당비를 내는 당원이 절대 부족한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대안이지만 자칫 악용될 소지가 있다.그러므로 경선에 참여할 주민(유권자)의 선발을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하고 무작위추출방법으로 선발해야 한다.

선발결과는 비공개로 하거나 경선일 1일전에 공표하여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와 ‘줄세우기 현상’을 막아야 한다.

정리=이창순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위원 cslee@

■토론내용 요약. ◆이기우 인하대 교수=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허용한 결과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종속화 등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지방선거에서 정당을 배제함으로써 정당의 폐단을 치유하려는 것은 도둑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손을절단하는 경우와 같다.정당정치 폐단은 정당에 대한 개혁을 통하여 극복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지방정치도 살리고 정당정치도 살리는 상생적인 문제해결의 방안은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의 전면적인 공천을 허용하되,공천구조를 개혁하는데 있다.정당의 폐단 때문에 정당을 지방선거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회피에 불과하다.다만 정치권에서 정당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정당개혁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이번 선거에 한하여 정당의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있다.

◆강석진 대한매일 논설위원=정당공천과 부패문제의 연관성에 주목해야 한다.지방에서는 단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는 물론,평소에도 이러저러한 명목의 정당 헌금과 기여금등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른 요인과 함께 정당공천은 단체장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그 돈은 주로 인허가나 공무원 인사 등과 관련,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심하다.단체장들이 부패하게 되면 지방행정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정당공천을 배제할 경우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이 토호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곳이 적지 않다.정당마저 개입하기 어렵게 되면 토호들의 영향력을 제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또 새로운 인물의 등장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2002-03-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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