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재산공개 의구심 증폭
수정 2002-03-01 00:00
입력 2002-03-01 00:00
예금이자가 낮았음에도 이자 등으로 상당한 재산을 불렸다는 고위공직자들이 많았다.일년 동안 1억 이상 재산을 늘린 공직자가 사법부와 행정부의 공개대상 공직자 724명 가운데 12%인 85명에 달했다.
일부 공직자들은 서울 강남과 분당 요지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했고 부동산을 수차례 거래하는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 그러나 재산변동에 관한 의혹은 의혹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검증 과정이 허술하고 제도상의 미비로 투기와 부정축재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수가 없다.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제도=행정부의 재산 공개를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신고된 내용을 금감원 등에 조회하지만 사실확인 여부만 할 뿐이다. 조사 인력이 15명뿐어서 공개 대상자를 포함해 7만 4600여명에 달하는 신고 대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의 타당성을 조사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조사기간도 3개월(최장 6개월)에 불과,‘수박 겉핥기’식의 검증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허점이 보이는데 어떤 공직자가 재산 변동을 신고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재산증감 내역을 그대로 신고하겠느냐.”며 재산 공개가 겉치레 연례 행사에 그친다고 비난했다.
▲다양한 재산증식 수단=부동산은 빠지지 않는 재테크 수단이다.
일부 공직자들은 최근 새로 분양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및 분당지역의 고가 대형아파트에 입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분당 정자동 로얄팰리스 등 인기리에 분양됐던 수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일부는 대출을 받아 강남의 오피스텔에 투자하기도 했다. 채영복 과기부장관은 강남의 빌딩 임대 소득으로만 2억 1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부동산 실거래가와 기준시가의 차이로 재산이 늘어난 경우도 많았다. 사법부의 경우 재산 증가 상위 10명 가운데 3명이 이같은 사유로 재산이 증가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준시가가 적은 곳은 실거래가의 60%에 불과하고 서울 강남 등만 90%에 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하게 봉급 등을 저축해 재산을 늘렸다고 해명하는 경우도 있다. 진념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봉급을 저축하고 예금이자 등으로 모두 1억 7400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부총리 연봉이 8000여만원이고 부인이 교수인데다 장남의 연봉이 억대에 달해 이같이 액수의 저축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성택 부산대 총장과 유인화 한국조폐공사 사장,정건용 산업은행 총재 등은 봉급을 저축하거나 옛 직장을 떠나면서 받은 퇴직금과 예금이자 등으로 재산을 늘렸다고 밝혔다.
주식으로 투자를 해 재산을 늘린 케이스도 있다.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장은 벤처기업인 바이오뉴트리젠의 무상증자로 보유주식수가 7만 2894주 늘어나면서 모두 4억 1999만원의 재산을 불렸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억 1000여만원의 재산을 불리는데 채권투자가 한몫을 했다. 또 국립대교수인 부인의 봉급과 자신의 연금 등도 재산증가의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영중기자 jeunesse@
2002-03-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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