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서대문 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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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01 00:00
입력 2002-03-01 00:00
‘형무소’를 다녀 왔다.무슨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독립공원으로 단장된 서대문 형무소 자리를 가 본 것이다.아파트들이 빙 둘러서 있는 가운데 ‘형무소’는 조용히 잿빛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조깅하는 시민 몇 사람만 오고 간다.공원 바로 앞에는 무학재쪽으로 가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둔중한 형무소 담을 보면서 심훈의 만가가 떠 오른다.“궂은 비 줄줄이 내리는 황혼의 거리를/우리들은 동지의 관을메고 나간다/…/수의조차 못입힌 시체를 어깨에 얹고/엊그제 떠메어 내오던 옥문을 지나/철벅철벅 말없이 무학재를 넘는다.//…/동지들은 옷을 벗어 관 위에 덮는다./평생을 헐벗던 알몸이 추울상 싶어/…/단거리 옷을 벗어 겹겹이 덮어 준다/…” 올해 탄신 100주년을 맞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수많은 애국선열들이 목숨을 잃거나 고초를 겪었던 곳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3·1절을 맞는 마음이 새로워진다.선열들이 피와 노고로 남겨주신 복이다.자녀들과 함께 한번쯤 ‘형무소’를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강석진 논설위원
2002-03-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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