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방한과 한반도/ (중)미 대북정책의 풍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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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2-22 00:00
입력 2002-02-22 00:00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대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한반도가 언젠가는 통일될 것이라고 말해 한국민의 정서까지 감안했다.한마디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등의위협을 거듭 지적,부시 행정부가 줄곧 밝혀온 강온 양면책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 부시 대통령의 ‘화법’이 한국의 체면치레를 위해 극히 절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게의 추가 대화쪽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미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대북 발언이 전반적으로 거칠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 정권을 주민과 분리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한 ‘햇볕정책’이나 대화를 위해 북한에‘유인책’을 제시한 클린턴 행정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확실한‘당근’을 제시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한에 대한 정치·경제·외교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은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지만 사실상의제를 대량살상무기,미사일,재래식 무기 등으로 압축했다.북한이 그동안 협상 카드로 하나씩 써온 의제들을 한꺼번에 쏟아내 협상 테이블에서의 주도권을 북한에 빼앗기지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북한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지만 미국은 북한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외안보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9·11 테러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지만 하나의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하고 다른 지역에선 전쟁을 억제한다는 ‘원 플러스’전략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이라크에서의 군사행동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정지작업이라는것이다.

미국은 한·중·일 3국뿐 아니라 북한과 수교를 확대한유럽연합(EU) 및 러시아에도 북한에 압력을 넣도록 요청할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미사일 문제를더이상 간과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mip@
2002-02-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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