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겹 악몽

50줄에 들어선 대학교수 A씨는 요즘 들어 악몽을 자주 꾼다.30대까지 A씨가 자주 꾸던 악몽은 ‘행정처리가 잘못돼 군대를 일찍 제대했으니 군 복무를 마저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요즘은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쫓기는 신세가된 꿈을 꾼다.골목길을 요리조리 도망가다가 단골 당구장으로 들어간다.손님인 척 당구대를 잡고 있다가 불안해서화장실에 숨는다.당구장 주인이 휴대전화로 어딘가에 신고하는 소리가 들린다.가슴이 쿵쿵 뛴다.화장실 창문을 겨우 뜯어내고 몸을 빼내려고 끙끙 댄다.대학시절 같지 않아불쑥 나온 배가 영 빠져 나오지 않아 버둥대다가 꿈을 깬다.



아내에게 꿈 이야기하면서 “좋은 세상이니까 그럴 일 없겠지.”라고 말을 건네니 아내는 “보안법도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출발부터 빌빌거리니 기대하지 마세요.”라고퉁을 놓는다.A씨가 정작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깬 것은 이때다.꿈 속에서 겹으로 악몽을 꾼 것이다.일어나 보니 아내는 쿨쿨 자고 있고,옆방에선 중학생 딸 아이가 무슨 일때문인지 ‘하지 마.’라고 고함지르며 잠꼬대를 한다.

강석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