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초월한 ‘사랑의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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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1-30 00:00
입력 2002-01-30 00:00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인 이희순(35·여) 소방장과 정진해(31) 소방사,금동엽(41) 소방교.
이들은 지난 21일 응급 환자로 후송했던 한 아프리카인(17)을 병원측이 입원 보증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하자호주머니를 털어 입원비를 대신 지급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오후 4시40분쯤 용산구 이태원동 한 동네 병원에서 “신경계통의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10대 외국인환자를 큰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긴급출동했다.이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환자는 아프리카국가 주한대사관 직원의 아들이었다.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신촌의 한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했다.그러나 병원측은 “양국간 의료보험 협조관계가 맺어지지 않아 입원보증금 50만원을 먼저 내야 한다.”며 입원을거절했다.
미국인이나 일본인은 우리나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을 때 대사관이 환자의 신분을 보증해 주고 있지만 아프리카의 약소국가와는 신분보장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돈을 떼일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급히 병원에 오느라 현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버지는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 때 3명의 구급대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머니를 톡톡 털었다.
이리저리 돈을 융통하고 신용카드로 현금까지 빼낸 이들은 1시간남짓 만에 가까스로 입원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치료를 받은 뒤 안정을 되찾자 지난 23일오후 용산소방서를 찾아 “이국 땅에서 신뢰와 고마움을 가슴깊이 새기게 됐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송 소방사는 “입원을 거절하는 병원에 항의하는 아버지를보고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서 “월드컵 축구대회에 대비해서라도 외국인들에 대한 응급치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2002-01-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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