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과 칠판] “선생님! 수영장에서 고기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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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27 00:00
입력 2001-12-27 00:00
어른들만 바쁜 게 아니라,아이들도 정말 바쁘다.그런데언제 달을 봐? 지난 여름 방학 때도 아이들은 어디서 고기를 잡느냐고 했다.
‘쉬쉬쉬,솨솨솨,고기를 몰아서,어여쁜 이 병에 가득히담아서 선생님한테로 가지고 가야지,랄랄랄라,랄랄랄라….
’ 여름 방학 때면 이런 노래 부르며 냇가에서 붕어도 잡고,미꾸라지도 잡으며놀았다는 얘기는 이제 딴 나라 얘기다.
“고기 무서워서 못 잡아요.” “고기 잡을 시간 있으면 춤춰요,오락해요.” “우리 엄마가 옷 버린다고 못하게 해요.그런데 수영장에도 고기 있나요? 선생님! 수영장에서 고기 잡아요.”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요즘 아이들이다.하긴 날만 새면 오염된 환경 얘기이고,마구잡이 개발로 자연이 사라져 가니 어느 냇가에서 고기를 잡을까? 두둥실 달 떠오르는 이른 저녁,어느 동산에서 아이들이 어울려 놀며 달을 딸까?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다.별자리 관찰한다고 추운 베란다에서 귓불이 새빨개지도록 하늘을 쳐다본다는 5학년석이.
“이거 고드름이예요.우리 집 처마에 많이 있어요.” 신기한 보물처럼 시린 손을 호호 불며 고드름을 들고 온 2학년 다인이.
그래,얘들아! 이번 겨울 방학에는 달도 따고,별도 따고,고드름도 따거라.아무도 밟지 않은 흰 눈 위에 두 팔 벌리고 드러누워 멋진 사진도 찍어라.아차차! 조심,조심! 먹지는 말아라.
김목/ 함평 월야초등 교사
2001-1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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