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Life & Culture] 첫 여성소방경 이원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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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05 00:00
입력 2001-12-05 00:00
계급장 앞에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서울 성동소방서 이원주(李元周·여·39) 소방관.

그가 마침내 우리나라 40년 소방 역사상 최초로 여성 소방경(경찰의 경감에 해당)으로 승진,성동 관내에서 발생하는 구급업무를 총괄하는 구급계장 자리에 올랐다.

이 소방경은 지난 98년 4월 소방위(파출소장급)에 올라최초의 여성 소방간부 탄생을 알렸던 주인공.하지만 이번소방경 승진은 그동안 ‘금녀(禁女)의 벽’으로 여겨져온여성 소방서장 탄생의 ‘예고편’적 성격을 띠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약 2만5,000명의 소방공무원이 있으며 이가운데 여성은 총 587명,그중 간부직인 소방위는 15명에불과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공무원을동경했고 소방관도 공무원이기에 망설임없이 지원하게 됐다는 이 소방경.여고졸업 후 취업할 곳을 찾다 82년 소방사 공채시험에 응시,무난히 합격한 그는 처음에는 업무가생소한데다 대민업무의 고충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다.하지만 소방관 생활을 후회하지는 않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분방함보다 위계질서가 잡힌 조직생활이 제 체질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리고 일단공직에 들어온 이상 최고가 돼보자는 욕심에서 최선을 다해 왔지요.” 이 소방경은 여성 소방관으로서 그동안 승승장구해온데대해 “운이 좋았다” “열심히 하겠다”며 겸손해했다.하지만 업무에 관한한 남녀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다는게 주위의 중평이다.

무엇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 소방관의 선두주자.

때문에 후배 소방관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늘 염두에 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소방관을 꿈꾸는 여성 지망생들을 향해 “현장과 행정을 병행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남성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기초체력을 갖추는 것이 여성 소방관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솔직히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걸어가지 못했던 길을 제가 가고 있는 만큼 남다른 책임감을 느낍니다.열심히 하는모습을 보여 주어야지요.” 소방관은 남성들도 웬만해선 감당해내기 어려울 만큼 고되고 위험도 많이 따르는 직업.때문에 여성 소방관으로서가정과 직장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가족들의 아량과 이해는 물론이고 때로는 희생마저 요구된다.

그래선지 이 소방경은 축하인사 세례 속에서도 초등생인딸(12)과 아들(9)이 마음에 걸리는지 “아이들을 챙겨주지못해 안타깝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119 프로그램 덕분인지 아이들은 제가 만능해결사인줄 알아요.엄마가 소방관이란 사실에 자부심이대단해요.” 딸이 커서 엄마처럼 소방관이 되겠다면 적극적인 지지는물론 든든한 후원자가 될 작정이다.

첫인상은 가냘퍼 보이지만 일에 관한한 결코 남자에게도뒤지지 않는 이 소방경은 앞으로 진압계장을 맡아 화재 현장을 직접 누비며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내는 것이 꿈이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된다면 최초의 여성소방서장도 꿈만은 아닐 것”이라며 선두주자로서의 다부진 모습도 내비쳤다.

최용규기자 ykchoi@
2001-12-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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