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야기] 우울한 일본의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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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03 00:00
입력 2001-12-03 00:00
장기 불황과 대규모 적자,대량 해고의 바람이 한창인 일본에서 A사는 비교적 탄탄한 회사이긴 하지만 B씨로서는실업률 5.4%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B씨는 일본의 베이비붐이 최고조를 이뤘던 1948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이다.잿더미 속에서 일본 부흥을이끌어야 한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라난 세대로 그는 20∼30대에 일본 경제의 전성기를 몸소 겪었다.
74년 지금의 회사에 들어간 그의 연봉은 보통의 기업보다는 많은 1,000만엔(1억300만원 상당)을 조금 넘는다.언뜻큰 액수 같지만 부인과 3남매를 둔 그에게는 세금을 뺀 실수입 900만엔으로 생활하기 빠듯하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93년 미국 지사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도쿄에서 50㎞ 떨어진 근교의 30평짜리 집을 사는데5,000만엔이 들었다.부모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지 못한 그는 주택구입비의 대부분을 25년 장기상환의 빚으로 충당했다.빚과 이자를 갚는데 한해 300만엔이 들어간다. 대학생인 둘째,셋째의 수업료는 100만엔인데 그나마 사립의 절반정도인 국립대학을 다니고 집에서 통학을 하고 있어 부담을 덜었다.이들에게 용돈은 한푼도 주지 않는다.상환금과학비를 빼면 500만엔 가량이 처분가능한 소득으로 월 45만엔이 생활비이다.
그의 용돈은 월 7만엔.인터넷 비용과 책 구입비를 제외하면 3만엔 정도가 실제 용돈이다.그래서 웬만하면 집에 일찍 간다.
뉴욕 지사 근무 이후 지난 8년간 외국 여행은 한차례도못했다.부인이 이탈리아에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봄과 가을 온천에 가는 게 고작이다.외식이나 옷 구입도 쉽지 않다.
월급날인 25일이 다가오면 집의 생활비도 바닥을 보이기시작하는데 그때쯤이면 탁아소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하는 부인이 벌어오는 3만엔이 구세주이다.
전후 일본의 꿈나무 세대였던 지금의 50대가 구조조정의표적인 된 현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자신을 50대 초반 평균적인 일본 월급쟁이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B씨는 “지금의 생활에 절망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도 없다”고푸념한다.
황성기 특파원
2001-1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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