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경찰 “수지김 사건 네탓”
수정 2001-11-30 00:00
입력 2001-11-30 00:00
29일 검찰에 소환된 김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은 “지난해 2월 15일 이무영 전 경찰청장을 만나 사건의 내막을자세하게 설명했다”고 진술했다.사건의 내용을 알려줬지수사 중단 요청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수사 중단 결정은경찰이 스스로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이날 배포한 경위서에서 “2월 15일김국장이 청장실로 찾아와 안부를 묻고 신변잡사를 이야기하다가 일정이 있어 나가봐야겠다고 하자 쪽지를 건네면서협조할 사항이 있다고 해 ‘무슨 건인지 모르겠으나 바쁘니 실무자들과 협의하시오’라고 하고 일어섰다”고 해명했다.
이 전 청장은 또 “김 전 국장이 지난 15일 만나자고 전화를 걸어와 만났더니 ‘수지김 사건을 고 엄익준 국정원차장이 전화해서 처리한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면서 “수지김 사건은 금시초문이고 돌아가신 엄차장님으로부터당시 어떤 전화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하자 황급히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주장을 종합해 볼 때 둘 중 한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셈이다.김 전국장의 경우 단지 사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방문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이 전청장도 김 전국장의 말을 파악하지도 않고 실무자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는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김 전국장의 진술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보는 한편 이 전청장도 김 전국장으로부터 사건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수사 중단 요청을 들은 일이 없는지 대질심문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캐기로 했다.
경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제기되자수사관행상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모 경감(45)은 “국정원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경찰이무엇 때문에 수사를 중단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모 경정(40)도 “국정원이 대공 업무라며 경찰의 협조를 요구했을 때 경찰이 이를 거부했다면 도리어 그것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경찰관(50)은 “국정원에서 ‘수사를 그만두라’고 압력을 행사했거나 ‘우리가 수사하겠다’고 통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현석 전영우기자 hyun68@
2001-11-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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