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학살극 벌어질까” 공포의 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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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1-15 00:00
입력 2001-11-15 00:00
카불 시내는 북부동맹 치하에서의 불안한 첫밤을 보낸 뒤14일 다소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전날 탈레반군의 퇴각직후일부 자행됐던 약탈과 탈레반 동조자들에 대한 보복행위는사라져 겉으로는 치안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카불 시민들의 해방의 기쁨 이면에는 과거 북부동맹 치하 자행됐던 무차별 학살과 약탈이 반복될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다음은 영국의 BBC방송과 AP·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하는 카불 표정이다.

14일 오전 카불 시내의 상점들은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했다.카불 시민들도 일상 생활로 되돌아갔다.일부는 전날 짧게 자른 머리스타일을 뽐내며 거리를 오갔다.시민들이 곳곳에서 ‘북부동맹이여 영원하라’ ‘탈레반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환전소에서는 아프간 화폐인 아프카니의 가치가 두배나 급등했다.

순찰을 돌고 있는 회색 복장의 북부동맹 치안경찰들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길 모퉁이마다 만약의 소요에 대비,무장한 북부동맹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현재 카불 시내에는 2,500명의 북부동맹군이 진주,파힘 국방장관의 지휘를받고 있다.북부동맹은 아프간 이슬람정부의 이름으로 각종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탈레반의 퇴각으로 하루 아침에 치안과 권력공백 상태에놓인 카불은 ‘불안한 평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카불시민들 상당수는 지난 92∼96년 북부동맹의 집권 기간동안자행됐던 약탈과 다른 종족들에 대한 살인을 기억하고 있다.피비린내나는 내전으로 다시 치닫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싹트고 있다.

아프간의 평화의 소리 책임자인 모하메드 알람 에제디아르는 “1992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마수드와 같은 지도자가 없다”면서 “모든 종족을 대표하는 정부를 세운다고 하지만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엔지니어인 하레스도 “지금은 문제가 없다.하지만 앞날이 걱정된다.사람들은 과거의 일이 반복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말했다.

13일 북부동맹에 앞서 처음으로 카불에 잠입한 영국 BBC방송의 존 심슨 국제부장과 취재팀은 카불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탈레반에 동조한 사람들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있었다고 전했다.시내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분노에 가득 찬카불 시민들이 탈레반 잔병들과 파키스탄·아랍 자원병들을붙잡아 무자비하게 죽이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11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부 건물들과 파키스탄 대사관이 약탈당했다.어디서 났는지 총으로 무장한 아프간 청소년들이 도심을 활보하고 다녔다.칸다하르로 퇴각한 탈레반군은 미국·독일 국적의 구호단체 요원 8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김균미기자 kmkim@
2001-11-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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