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중독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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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0-26 00:00
입력 2001-10-26 00:00
약물 혹은 ‘자기 생각’에 몰입된 나머지 사물을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중독이라고 한다.마약이 약물에 해당한다면 도박은 ‘자기 생각’일 것이다.국내에서최초로 일반인들에게 카지노가 허용된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가 28일 개장 1년을 맞는다고 한다.새로운 오락 문화를 선보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지만 적지 않은도박 중독자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방된 시설인데도 전국적으로 232명은 입장이 봉쇄되어있다고 한다.이들은 카지노 칩이나 빠찡꼬 코인을 훔치기도 했지만 절반 이상은 부모나 형제들이 도박 중독을 이유로 ‘출입 금지’를 요청했기 때문이다.특히 8명은 스스로 ‘출입 금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카지노에 빠져 10억원 이상을 날린 경우도 수십건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도박 중독의 해악과 속성을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중독은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행태도 가능케 하는 것같다.서울 서대문 경찰서는 서울의 한 고교에서 계약직으로 윤리를 가르치고 있는 20대 중반의 교사를 입건했다고한다.혼자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여성 집에 4차례나 들어가 금품을 빼앗고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그러나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았고 성폭행도 시도만 했지 결정적인 범행은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용모도 준수한 20대는 알고 보니 부모 모두 저명한 의사로 유복한 가정의 막내 아들이었다고 한다.

중독은 개인만 걸리는 게 아니다.집단도 걸려 들고 그 폐해 또한 개인에 비길 바가 아니다.‘자기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독선적인 요구와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교육 당국이 급조된 정책을 강행하려 하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자습시키고 집단 연가를 내 집회를 하겠다고 한다.

계층간,지역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자임한 정치인들은 내년의 대통령 선거에 맹목적으로 빨려 들며 오히려 사회의 분란을 조장해 가고 있다.

개인의 중독이든 집단의 중독이든 ‘모두’를 파멸시키는 속성이 있다.또 약물이든 ‘자기 생각’이든 빠져 들면여간해선 혼자 힘으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개인이야 가족들이 나서고 경찰이 나서면 될 일이지만 문제는집단 중독인 것 같다.교육계와 정치권에서 만연되고 있는 ‘집단 중독증’은 사회 전체를 중독시킬 것 같아 걱정스럽다.서둘러 냉정을 되찾길 간절히 촉구한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1-10-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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