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호법 악용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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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0-24 00:00
입력 2001-10-24 00:00
고급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압구정동 등 강남과 분당 일대에서 자신의 집을 팔고 곧바로 전세를 살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매매 및 전세계약과 동시에,곧바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담보대출받아 달아나는 신종사기가 극성을 부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범인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세입자를 보호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확정일자 신고 다음날 0시라는 허점을 틈타 이같은 짓을 일삼고 있다.현재 등기소나 은행 등에서는 업무전산화로 등기설정과 은행담보대출 등이 반나절만에 이뤄지고 있으며 범인들은 주로 오전에 매매 및 전세계약을 한 다음 오후에 등기설정과 은행대출을 받는 식으로 시간차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

공인중개사 등에 따르면 이같은 사기행위는 지난해초부터강남일대에서 나타났으며 지금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법=지난 7월 윤모씨(48·서울 양재동)는 부동산브로커의 말에 따라 52평 아파트를 팔고 같은 집에서 보증금 3억원에 계속 전세를 살고 있으나 최근 아파트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여 있다.부동산 브로커가 아파트값 5억2,000여만원중 전세금 3억원을 뺀 2억2,000만원을 윤씨에게 잔금으로지급한 다음,당일 오후 윤씨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대출 3억여원을 받아 달아나 은행이 아파트를 경매중이기 때문이다.윤씨는 전세계약 당일 동사무소에 확정일자 신고를 했음에도 은행 채권보다 후순위로 밀려나 전세금을 날리게 됐다.

서울 압구정동 고모씨(50)는 1년 6개월째 은행과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씨는 지난해 3월 이모씨(35)에게 자신의 H아파트를 파는 대신 세입자로 살기로 하고 매매 계약을 했다.아파트값 5억7,000만원 중 전세금 3억원을 뺀 2억7,000만원을 잔금으로 받은 뒤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줬다.그러나 이씨는 전직 은행원인 김모씨(40)의 매매대리인에 불과했으며 김씨는 이집을 담보로 J은행 S동 지원센터장 J모씨(48·지점장급)로부터 시세보다 높은 5억8,000만원을 대출받아 달아났다.

고씨는 “이 아파트단지에서만 3명이 피해를 입었고 전체피해자는 모두 2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는 강남과 분당 등에서 벌어진 비슷한 피해 사례가 수십여건 접수돼 있다.

◆왜 고급아파트인가=부동산전문가들은 최근 전세보증금이매매가의 70%선에 육박하는데다,은행들이 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을 담보로 거액을 쉽게 대출해주기 때문으로 보고있다.은행들은 요즘 고급아파트 시세의 70%가량을 빌려준다.따라서 전세를 떠안을 경우 시가의 30%만을 주고 집을 사들일 수 있으며,은행대출을 시가의 70%가량 받으면 시가의40%를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또 아파트소유자들은 최근 강남일대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자,아파트를 팔고 당분간 전세를 살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려다 피해를 입고있다.

◆시급한 법 정비=서울시 임대차분쟁조정상담실 염효순(47)상담위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세입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만큼 물권 우선주의의 일반법인 민법에 상관없이 특별법만 개정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면서 “확정일자의 효력을 현행 익일(翌日) 0시 기준으로 하고 있는 법조항을 당일 기준으로 바꿔 확정일자가 세입자의 신고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2001-10-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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