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 “전쟁보다 굶어죽을판”
수정 2001-10-11 00:00
입력 2001-10-11 00:00
식량난은 가장 큰 문제다.전쟁에다 3년간의 극심한 가뭄까지 겹쳤다.유엔개발계획(UNDP)은 최근 발표한 ‘세계보건보고서 2001’에서 “현재 아프간에는 전체 인구의 70%인 1,500여만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380만명의 민간인이 유엔의 식량지원을 받았다.지금은 100만명에도 못미친다.유엔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올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굶어죽을아프간인들이 4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난을 부채질하는 것은 안전 문제다. 유엔의 지원마저안전을 위협받고 있다.지난달 25일에는 탈레반 정권이 카불에 있는 유엔사무소 직원들을 억류하면서 식량 배급이 중단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은 9일 공습으로 잠시 중단된 주민 원조를 재개했다.하지만 WFP의 관계자는 “아프간 내 식량으로앞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지만 안전문제 때문에 제대로 배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의료 문제도 심각하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나마 아프간의료에 큰 도움이 됐던 국제 단체들이 속속 탈출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온 국제보호기구(CI)는 3일 그동안 아프간 지원본부 역할을 해오던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부의 운영을 한달간 정지한다고 밝혔다.아프간 현지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해오던 일본국제복지재단(JIFF)도 공습 이전에 전원철수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은 인구 1,000명당 249명이다.신생아 4명 가운데 1명꼴로 4살을 넘기지 못하는 셈이다.이는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5배,앙골라와 니제르,시에라리온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수치다.아프간에서 일어나는 수천건의 지뢰사고 희생자의 34%는 아이들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1,000여만개의 지뢰가 묻혀있다. 죽음과굶주림을 피해 아프간 주민들은 목숨을 건 난민 대열에 끼고 있다.현재 폐쇄된 아프간 국경 곳곳에는 수십만명의 난민들이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프간 난민의 전체 규모는 대략 500만∼600만명.파키스탄과 이란에는 이미 350만∼400만명의 난민이 식량 지원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유엔은 이번 전쟁으로난민이 150만∼200만명쯤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
2001-10-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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