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감기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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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29 00:00
입력 2001-09-29 00:00
술을 꽤 즐기는 사내가 감기에 걸렸다.감기는 약을 먹으면 일주일,먹지 않아도 7일이면 낫는다는 말을 떠올린 그는그냥 버티기로 했다.술도 계속 마셨다.예전에는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술을 마시면 즉시 떨어지기도 했다.며칠 지나증세가 심해지자 사내는 할 수 없이 약을 먹기 시작했다.그러고도 술은 끊질 못했다.본인이 원해서도 마시고,피할 수없는 술자리에 끌려가기도 했다.

“어차피 술을 끊지 못할 바에야…”라고 생각한 사내는한 가지 원칙을 정했다.술을 마신 뒤에는 감기약을 먹지 않고,감기약부터 먹은 다음에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한 것이다.감기약과 술을 함께 하면 간에 부담이 크다는 사실은 사내도 익히 알고 있었다.

보름이 지났는데 사내는 여전히 감기를 앓고 있다.그는 오늘도 망설인다.눈 딱 감고 감기약을 먹자니 진즉에 해둔 저녁 약속을 펑크내야 할 판이요,감기약을 거르자니 내일이두렵다.사내는 멀거니 약봉지를 쳐다본다.

환절기다. 감기는 때로 몸보다 마음을 괴롭힌다.

이용원 논설위원
2001-09-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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