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테러사태 이후 정책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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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28 00:00
입력 2001-09-28 00:00
그동안 추진돼온 정책들 대신 본토방위,항공보안,반테러정책,경기부양 등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정책] 사회보장 잉여금을 한푼도 쓰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다짐이나 이에 강력히 반발한 의회의 입장은 ‘공염불’이 됐다.재정이 바닥을 드러냈는데도 테러복구 및 항공산업 지원에 550억달러를 배정한데 이어 세금환불 및 세율인하 등의 경기부양책으로 400억달러 이상을 다시 검토,사회보장 잉여금의 전용은 불가피하다.의료보험 수혜대상을 넓히고 환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은 테러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 대한 건강 및 취업 등의 지원책에 가려 빛을 잃고 있다.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도청 등에 제한을 가하려던 의회는 테러와의 전쟁을 맞아 ‘상반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연방정부가정보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법원의 명령없이도 도청과 감청을 할 수 있는 전쟁지원법안을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공중납치범들이 임시비자를 활용,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나자 연방정부와 의회는 당초 추진하던 불법이민자의 합법화 논의를 중단하고 오히려 이민법을 위반한 장기불법체류자를 무한정 구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의회 청문회는 모두 취소됐다.
[안보정책] 국제적 반발을 사온 미사일 방어(MD) 계획은수면밑으로 가라앉았다.최소한 연말까지 이와 관련한 외교적 협상이나 의회공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국방예산은삭감없이 당초 요구안 3,440억달러로 통과됐으며 MD 예산액 80억달러 가운데 4억달러를 전용하는 등 총 60억달러의테러작전비용을 마련했다.
군 내부의 반발을 무릎쓰고 군 병력과 항공모함을 감축하려던 국방부의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민주당의 강력한반대에 부딪혀 온 군기지 폐쇄계획은 아시아로의 군사력증강이 불가피한 점을 인정,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53대 47로 가결됐다.
[대외정책] 핵확산방지나 인권옹호 등이 아닌 ‘테러와의전쟁’에 대한 협력 여부가 외교정책의 새로운 잣대로 등장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조차 대국민연설에서 전쟁에 협조하면 ‘아군’,거절하면 ‘적군’이라는 흑백논리를 펼쳤다.러시아의 체첸침공을 비난하던 입장도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5개국과 함께 영공을 개방하자 눈녹듯 사라졌다.
티베트와 타이완에 대한 분리정책 및 중국의 핵확산을 우려하던 부시 행정부는 베이징 당국의 협조를 전제로 이를묵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핵실험 때문에 제재를가한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이미 족쇄를 풀어줬다.
온건 아랍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중동정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기대했기 때문이다.부시 행정부가 이스라엘이 평화협상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지 않으면 아랍권의 ‘지지’가 ‘분노’로 돌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2001-09-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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