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상징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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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25 00:00
입력 2001-09-25 00:00
1원짜리 동전은 지름 17.2㎜ 크기에 무게가 0.729g이다.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에 황동 제품인 5원짜리(20.4㎜,2.95g)보다 크기는 약간 작지만 무게는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러나 과연 1원의 무게가 5원보다 가벼울까? 여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있는 입원실에 보험사 직원이 ‘멋대로’드나들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40대 주부가 보험사를 상대로 1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이 있었다.재판부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해 “사법부 역량을 소모시키는 소권(訴權)남용 행위”라면서 각하했다.담당판사는 1원이라는청구액의 현실적 가치를 고려할 때 여기에 드는 사법비용이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경제 ·법률적인 논리상 이같은 각하 사유는 하등 문제될것이 없을 터이다.하지만 원고가 굳이 1원을 내건 까닭은사생활 보호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고 믿어서일 게다.상징으로서의 ‘1원’,그 무게마저도 이제 거부당하는가.

이용원 논설위원
2001-09-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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