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망록’ 실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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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24 00:00
입력 2001-09-24 00:00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이 정국 최대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비망록 공방’으로 의혹만 더욱 부풀려지고 있다.한나라당은 “이씨의 로비 내역이 기록된 비망록이 있으며,검찰이 입수했다는 말을 들었고,상당부분우리도 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민주당은 “이용호리스트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며,만약 한나라당이 리스트를 갖고 있다면 그 내용을 검찰에 제보해 주고 언론에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하고 있다.검찰은 “비망록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으며,야당이 갖고 있다면 수사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라도 공개해 달라”고 비망록의 존재를부인했다.

어느 쪽의 말이 옳은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여야와검찰 3자 가운데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날것이라는 얘기다.그러나 자고나면 의혹만 부풀려지는 상황이 국민들에게는 불신과 허탈감만 가져오고 있다는 점을되새겨야 할 것이다.국민들의 처지에서 본다면 한나라당은비망록이 있다면 공개하고,당국이 엄정한 사법처리에 소홀한다면 특별검사제를 동원하자고 주장해야 옳다. 그런데도한나라당은 검찰도 알고 있으니 검찰이 하는 것을 보아가면서 우리도 ‘뭔가 보여주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도 이번 사건이 결과적으로는 정치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본질은 여야공방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건을 정치공세로만 대응하지 말라는 얘기다.권력형 비리사건이라면 자체조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내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검찰은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했다.‘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검찰이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검찰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비망록 공방’에 끼어들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체를 밝히고 정확하게 수사할 것인가에 골몰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나라당은 이용호 로비사건을 더 이상정쟁에 이용하지 말고 ‘비망록’의 실체가 있다면 공개해야 할 것이다.그 처리가 미흡하다면 그 때부터 정치공세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의혹부풀리기정치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들은 ‘의혹 공방’보다는 ‘진실 규명’을 바라고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의혹없는 수사만이 검찰이 할 일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쉽게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호미로 막을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도 있다. 의혹을 제 때 못밝히고 부풀린다면 그 실체는 모호해지고 국민들은 정치불신이라는 엄청난 벽을 쌓을 것이다.
2001-09-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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